[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전 시리즈 몰아보기'로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계가 공개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전체 회차를 한 번에 공개했던 것과 달리 파트를 나누어 공개하면서 OTT만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 넷플릭스, 새로운 공개방식…파트 쪼개기
최근 해외 OTT 넷플릭스에서 한 편의 작품을 파트 1, 2로 나눠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리메이크작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그 시작이었다.
해당 작품은 스페인 원작으로, 한국판으로 재해석된 '종이의 집'은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벌이는 과정을 그렸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원작은 2021년 12월 시즌5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방대한 양을 함축적으로 선보여야했기에 한국판은 파트1, 2로 나누어 공개를 확정했다. 원작이 빠른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했기에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는 '종이의 집'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새로운 소재와 배경이 더해졌지만 공개 후 단 3일 만에 3374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여기에 이탈리아, 멕시코, 태국, 이집트 등 총 51개 나라의 TOP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을 비롯한 6개국 1위에 등극하는 성과를 얻었다.
파트1이 인기를 끌고 파트2는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공개됐다. 6개월이란 공백이 있었던 만큼, 이 시간은 결국 독으로 작용했다.
파트1은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세계 3위를 기록했고, 최고 2위까지 달성했지만, 파트2는 6위에 그쳤다.
[사진=넷플릭스] |
또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하는 TOP10 TV(비영어) 부문에서는 7위를 기록하면서 파트1과 정반대의 성과를 기록했다. 첫 주 누적 시청시간도 마찬가지이다. 파트2 누적 시청시간은 1280만으로 파트1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파트 쪼개기'의 패착을 선보인 꼴이 됐다.
이에 미국 매체 리뷰 긱 역시 "그동안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퀄리티의 한국 작품을 봐왔던 사람들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도 대단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라며 "넷플릭스가 두 부분으로 나누기로 한 '도박'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 '몰아보기' 장점 약해지는데…"가장 적합한 형태로 공개 중"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파트 쪼개기로 실패를 맛봤지만, 넷플릭스는 또 다른 시리즈로 다시 한 번 파트를 나누어 공개했다. 바로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가 그 주인공이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철저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이번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복수극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시리즈는 파트1의 8화가 지난달 30일 모두 공개됐고, 3월에 파트2가 공개된다. 파트1의 열기는 가히 뜨거웠다. '더 글로리'는 공개 다음날 곧바로 전 세계 9위를 기록했으며 40여개 국가의 TOP10 차트에 입성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더 글로리'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2022.12.06 alice09@newspim.com |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위, 미국에서 9위로 출발했다. 이후 2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더 글로리'는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5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날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네수엘라 등 10개 지역에서는 1위였다.
또 넷플릭스 공식 집계 사이트에서는 공개 후 단 3일 만에 254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3위에 올라섰고,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쿠웨이트, 싱가포르, 모로코, 홍콩 등 19개 나라의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파트1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파트2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쏠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나눠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복수극이나 강도극의 경우 몰입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스토리 전개에서 전환을 맞을 시점에 이야기가 끊기다보니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더 글로리'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2022.12.30 alice09@newspim.com |
OTT의 강점은 전 회차가 모두 공개되면서 시리즈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TV 드라마의 경우 매주 방송이 되길 기다려야했지만,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전 회차가 한 번에 공개되면서 기다림 없이 '몰아 볼 수 있다'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혀 지금의 위치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강점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신작으로 콘텐츠 공백을 줄이는 것과 신규 구독자를 모으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것을 줄이기 위해 한 시리즈를 파트를 나눠 화제성을 오래 가져가 구독자를 모으려고 하는 방침일 수 있지만 그만큼 OTT의 강점인 '몰아보기'가 약해져 기존 구독자들이 떠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넷플릭스 관계자는 "저희가 작품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작품에 따라 창작자와 논의를 충분히 하고 있다. 창작자와 논의를 거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파트를 나누어 공개해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 파트를 나누어 공개한 작품은 모두 창작자의 의견이 반영된 형태이자 가장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선보이려고 하는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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