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인상폭 조절 수준으로 가닥
1월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 10~12조 우려
미중 갈등 속 국내기업 피해 방지에도 만전
[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기·가스요금 등 난방비 동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난방비 인상 속도조절론'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요금 동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 1월 가스공사 미수금 10~12조 우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급격한 (가격 인상) 부담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을 고려해서 앞으로 속도는 조정하면서 융통성 있게 하자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며 "세네가지 지표를 고려해서 에너지 가격을 운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승주 인턴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차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기관추진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2.16 seungjoochoi@newspim.com |
이 장관이 제시한 세 가지 요인은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 ▲에너지 공기업 재무구조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 전환을 위한 시그널 등이다.
국제 가스 가격은 현재 단기적으로 인하하는 추세이다. 유럽 날씨 온화, 경기 침체로 인한 에너지 소비 둔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국제 상황과 더불어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구조를 함께 살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현재 한전의 원가 회수율은 약 70%, 가스공사는 약 60% 정도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고효율·저소비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 국민 생활을 바꾸려면 가격 인상 신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작년 말 9조원이었다가 1월 10~12조원까지 갈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원가 이하 요금으로는 계속 미수금이 누적될 수밖에 없으므로 가격을 동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중산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정부의 기본적 원칙은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라며 "중산층 지원 부분은 여러 면을 고려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하반기 반도체 수출 회복 전망
한편 이창양 장관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할 만한 정부 차원의 방안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중국은 코로나 봉쇄로 닫혀 있다가 최근 열리기 시작해 경제활동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3~5월이 지나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예전 모습을 회복하면 우리 상품의 수익 창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있어 아세안 등으로 시장이 다변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중국과의 무역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변화가 있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하반기 반도체 수출 회복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챗 GPT나 AI 등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요는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국내 반도체 기업의 피해 방지에 관한 내용도 언급됐다. 미국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에 의하면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이 장관은 "작년 9월 미 상무장관과 회담했을 우리 기업이 중국 내 경영활동에서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도록 요청한 이후 실무진 단계에서 긴밀히 소통해왔다"며 "미 정부도 한국 입장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victor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