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전국 경북

속보

더보기

[포토에세이] '봄이 오는 길목'...안동 도산서원 '특별과거시험장' 시사단

기사입력 : 2023년02월27일 14:25

최종수정 : 2023년02월28일 09:13

안동호 가뭄에 물 속 세월교 떠올라 마을을 잇고...낙강 청아한 물길 봄볕실어 나르고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이 거닐던 도산서원 송림을 흔들며 지나는 바람 결이 한결 부드럽다. 봄 기운이 물씬 풍긴다.

그래도 솔 숲을 간지럽히는 건듯 부는 바람 결에 못내 아쉬운 듯 제법 칼칼한 겨울자락이 묻어 나온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3.02.27 nulcheon@newspim.com

도산서원 모롱이에서 건너다 보이는 시사단(試士壇) 앞으로 낯 선 풍경이 발길을 끈다.

푸릇한 싹이 돋아나는 의촌들 사이로 하현달을 닮은 완만한 곡선의 길이 강을 가로질러 마을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또렷한 모습으로 눈길을 잡는다.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됐던 안동 도산면 토계와 의인, 섬촌마을 잇는 세월교(洗越橋)가 오랜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자 물 속에 잠겼던 길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물 속에 잠겼던 길이 물 위로 다시 떠오르자 가장 먼저 사람들의 발길이 세월교를 찾았다.

세월교는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안동 토계와 의인, 섬촌마을을 잇기 위해 지난 2009년 만들어졌다. 이후 안동호에 물이 차면서 도산과 예안을 잇던 세월교가 물 속에 잠기면서 사람들은 길 대신 배를 이용해 드나들었다.

오랜 시간 물 속에 잠긴 채 사람들의 발걸음을 묻고 있던 세월교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세월교 아래로 겨우내 얼었던 강이 풀리면서 봄을 풀어 놓는다.

멀리 태백의 황지에서 발원해 봉화 석포 땅을 돌아 봉화 청량산을 품으며 안동 땅으로 들어선 낙동의 속살이 시리도록 맑다. 떼밀렸다가는 다시 모이여 여울을 만들고 다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강변을 어루만지는 봄 볕에 미처 풀리다 만 눈더미가 쌓여있다. 풀린 물길이 슬슬 다가가 얼어붙은 눈더미를 어루자 눈덩이가 맥없이 강물을 따라 흐른다.

가뭄으로 다시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 온 도산 세월교는 갈수기인 3~4개월 가량 마을과 마을을 잇다가 다시 안동호가 해갈이되면 물 속으로 잠기게될 터이다.

노송을 호위병처럼 거느린 시사단(試士壇)이 팔을 뻗으면 닿을 듯 창연하게 서 있다.

시사단은 조선조 1792년 3월, 정조대왕이 당시의 승정원좌부승지 이만수(李晩秀)에게 명을 내려 이황(李滉)의 학덕과 유업을 기리기 위해 도산별과를 신설하고 안동지역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조성한 특별 과거시험 현장이다.

1971년에 착공해 7년만인 1976년에 축조가 마무리된 안동댐으로 수몰되기 전까지 시사단은 도산서원과 마주 보이는 강변의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 위치했다.

안동댐에 물이 차기 전 1975년에 원래 위치에 10m 높이의 돌축대를 쌓아올린 뒤 비각을 원형대로 옮겨 지었다.

당시 이곳 시사단에서 치러진 도산별과는 특별시험으로 급제(及第) 2인, 진사 2인, 초시(初試) 7인, 상격(賞格) 14인을 선발했다.

1796년(정조 20)에 영의정 채제공(蔡濟恭)이 도산별과(陶山別科)를 기념하기 위해 글을 짓고 비석을 세웠다. 현재의 비는 1824년(순조 24) 비각을 다시 지을 때 새로 새겨 세운 것이다.

한 무리의 상춘객들이 세월교를 건너 시사단 돌계단으로 오른다.

안동 도산이 고향인듯한 중년의 사내가 함께 시사단에 오른 지인들에게 시사단에 서린 이야기를 전하며 안동댐으로 물에 잠긴 고향의 기억을 전한다.

시사단 너머 어느 부지런한 농부가 뿌려 놓은 호밀인듯 청보리인듯 파릇한 새싹을 밀어 올리고 있다. 흡사 연록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잘 가꿔진 축구장같다.

호밀밭을 낀 밭둑길 너머 아스라한 산 아래 마을이 그림처럼 떠 있다. 안동댐 건설 당시 용케도 수몰을 면한 마을들이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3.02.27 nulcheon@newspim.com

'모든 길은 마을로 통한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길은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면서 마을로 닿는다.

누 백년 모둠살이의 질서를 가꾸며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자손을 낳으며 이어 온 마을의 역동적인 역사가 댐 건설이라는 개발논리에 밀려 물 속에 묻힌 사람들의 흔적이 켜켜히 쌓인 모래톱으로 남아 물살에 떼밀리고 있다.

시사단에서 건너보이는 도산서원 마당 오래된 왕버들이 새 순을 뽑아 올리며 봄향을 퍼트리고 있다.

도산서원으로 오르는 길에 해맑은 얼굴의 남매가 두터운 외투 앞 단추를 열고 아빠와 엄마 뒤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깡총거리며 내닫는다.

풀꽃을 찾아 나풀거리는 나비같다.

도산서원 마당을 지키고 서 있는 왕버들나무와 산수유, 매화가 막 봄을 영글고 있다. 며칠 지나야 봉우리가 벌여져 꽃을 열고 새잎을 틔울 모양새다.

'도를 향해 나아간다'는 '진도문(進道門)'으로 오르는 서원 정문의 초입에 서 있는 산수유가 지난 해 가을 영글었던 산수유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채 새 꽃봉우리를 총총이 달며 봄 기운을 퍼트리고 있다.

산수유 나무에서 '겨울과 봄의 경계'를 동시에 만난다.

새 봄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도산서원 마당에서 조금 조심스러워 진다. 경건한 품새다.

도산서원은 도산서당과 이를 아우르는 도산서원으로 구분된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선생이 별세한 지 4년 뒤인 1574년(선조 7) 도산서당(陶山書堂)의 뒤편에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1575년 선조로부터 한석봉(韓石峰)이 쓴 '陶山(도산)'이라는 편액(扁額)을 받았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당시에 없어지지 않고 존속된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영남유림 정신사의 산실이다.

1969년 5월 28일 사적 제170호에 지정되고, 2019년 7월 1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경북 안동시 가송마을의 농암종택.[사진=농암종택홈페이지] 2023.02.27 nulcheon@newspim.com

도산을 나와 낙동의 한 줄기인 명호천을 따라 퇴계와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선생이 한 세상을 굽어보며 거닐던 가송마을의 '예던길'을 만난다.

농암이 퇴계보다 34세 연장이지만 두 유자(儒者)는 막역지교처럼 서로를 아끼고 존중했다.

농암은 '어부가'를 남긴 청백리로 이름 난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강호문학'이라는 우리 문학사의 한 장르를 세운 문학가이다.

농암종택은 당초 분강마을에 있었으나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지금의 '가송(佳松)'마을로 그대로 옮겨 자리잡았다.

명호천을 낀 예던길에서 올려다 보이는 청량산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청량산이 잦아올린 봄 정기가 명호천 모래톱에 뿌리내린 갯버들에 수액을 부어 새 순을 피어올린다.

'버들강아지'이다. 깡총거리며 제 아빠와 엄마를 좇아 도산으로 오르던 아이들을 닮았다.

nulcheon@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코스트코, 한국 순이익 67% 미국 본사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거둔 연간 순이익의 60%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코스트코 한국 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이 2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회계연도보다 16%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대형 유통 업체 코스트코 매장 앞에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같은 기간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8%가량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8% 급증한 224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금은 15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에 이른다. 지난 회계연도에서도 코스트코코리아는 당기순이익(1416억원)을 뛰어넘는 2000억원(배당 성향 141.2%)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본사인 코스트코 홀세일 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7351명이다. 미국 본사가 챙기는 배당금은 1000억원이 넘지만, 정작 한국 기여도는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액은 12억2000만원으로 지난 회계연도(11억8000만원)보다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nrd@newspim.com  2024-11-19 14:32
사진
해임이라더니…김용만 김가네 회장 복귀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분식프랜차이즈 '김가네'의 김용만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만 회장은 지난 8일 아들인 김정현 대표를 해임하고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 회장의 아내인 박은희씨도 사내이사 등록이 말소됐다. 해당 내용은 지난 11일 등기가 완료됐다. 김가네 김용만 회장. [사진= 뉴스핌DB] 김 회장은 직원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김정현씨가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런데 최근 아들인 김 전 대표와 아내 박씨와 김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면서 스스로 대표이사직에 다시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김가네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가네 관계자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만 회장은 지난 7월 준강간치상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사내 경리 담당 직원을 통해 회사명의 계좌에서 수억 원 상당을 자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횡령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 회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아내인 박 씨의 고발로 알려졌다. romeok@newspim.com 2024-11-18 16:5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