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번 작품을 하면서 '로맨스 코미디'에 대한 선입견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훌륭히 잘 해내서 그 틀을 깼다고 생각해요."
그간 무겁고 어두운 작품과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배우 전도연이 로맨스 코미디에 나섰다.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로맨스를 그린 tvN '일타 스캔들'에서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이자, 반찬가게 사장인 남행선을 맡아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제대로 어필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전도연 [사진=매니지먼트 숲] 2023.03.07 alice09@newspim.com |
"처음에 남행선이라는 인물로 들어가기까지 힘들었어요. 저보다 텐션도 높았고, 대사도 많고 빨리 해야 했거든요. 호흡 따라가는 게 버겁더라고요. 어둡고 무거운 역할을 주로 해서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하려니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감독님한테 잘하고 있는지 매번 확인을 했어요. 어느 순간 제가 하는 것들이 실제 저인지, 남행선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그래도 내가 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을 즐기기 시작했죠."
전도연이 맡은 남행선은 어린 해이(노윤서)와 몸이 불편한 남동생 재우(오의식)을 돌보느라 핸드볼 선수 커리어를 포기했다. 그리고 반찬가게 사장이 됐다.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누구보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기도 하다.
"저는 원래 성격이 유쾌하기도 하고, 밝아요. 그런데 너무 오래 무거운 작품을 해서 많은 분들이 그게 전도연이라고 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일타 스캐들' 하고 나서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저도 남행선처럼 밝고 유쾌한 성격이라 주변에서 '이제 사람들이 너의 모습을 알겠구나' 하더라고요. 하하."
실제 성격은 남행선만큼이나 유쾌하고 털털하다. 그럼에도 작품 속 캐릭터는 30년차 전도연에게도 어려움을 줬다. 유독 통통 튀는 성격에 많은 대사 때문이었다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전도연 [사진=매니지먼트 숲] 2023.03.07 alice09@newspim.com |
"1~2부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말이 빠른 타입도 아니고, 혼잣말을 하지 않는데 남행선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버겁더라고요(웃음). 작가님한테 대사를 줄여달라고 해야 하나 싶었는데, 또 해내고 싶어지더라고요. 대본을 정말 징글징글 하다 싶을 정도로 봤어요. 하하. 초반에 반찬가게 앞 벤치에서 해이랑 마카롱을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찍으면서도 전형적인 모습은 피하고 싶더라고요. 더 편안함을 찾고 싶었어요. 그렇게 편안함을 찾다보니 어느 순간 남행선이 제가 된 것 같았어요. 제 안에서 편안함을 찾은 거죠."
반찬가게 사장과 일타 강사의 로맨스는 많은 작품에서 다뤄지진 않았다. 첫 시청률은 4%로 시작했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스토리가 시너지를 발휘하자 시청률은 고공 행진했다. 마지막 회는 17.0%라는 자체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실 이렇게 잘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처음에 제가 로코를 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반응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작품이 잘 되니까 '내가 또 해냈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우쭐함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저도 그렇고, 동료 배우들도 이 정도까지 오를 거라고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다들 기분 좋아했고요. 저 역시도 이번 작품을 울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봤거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전도연 [사진=매니지먼트 숲] 2023.03.07 alice09@newspim.com |
'일타 스캔들'은 전도연에게도 어찌 보면 하나의 도전이었다.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남행선 역할은 많은 대사와 텐션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를 택한 것은 바로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처음엔 행선이가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대입이 안됐던 역할은 처음이었고요. 그런데 작가님이 판타지같은 이야기 속에서 행선이는 현실과 같은 인물이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동의가 되더라고요. 또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사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저도 그렇게 살았고, 살고 있거든요. 그런 모습이 너무 와 닿고, 응원하고 싶더라고요. 초반에 행선이가 눈치도 없고 민폐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그런 행선이를 이해시키고 싶었어요. 자기희생에 대해 무언가 토 달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응원해주길 바랐죠. 그래서 끌렸어요."
시청률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작품을 마쳤다. 초반에는 정경호(최치열 역)과의 나이차로 인해 로맨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극중에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커플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선입견에 대해 적나라하게 느낀 것 같아요. 기분 좋진 않았죠. 또 여자 나이로 잣대를 들이미는 세상이라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고요. 로코는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고요. 제가 10년 뒤에도 할 수 있는 장르인 거죠. 저는 사람의 생각을 틀을 깨기 위해 모험을 하거나 도전을 하진 않아요. 그런데 연기를 하다보면 누군가 틀을 만들고, 저는 그 안에 있게 되죠. 이번에도 그 틀 안에 있었지만 작품을 훌륭히 해냈고요. 그래서 '일타 스캔들'은 저에게 누군가의 틀을 깬 작품인 것 같아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