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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지옥은 내가 간다" 오에 겐자부로를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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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못할 막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다"고 역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강을 여행한다. 허클베리 핀은 도망 노예와 함께 있다는 것을 신고하지 않고 같이 여행을 하는 엄청난 범법 행위로 인해 가끔 노를 젓는 손에 힘이 빠지고 고뇌에 휩싸인다.

그러나 허클은 짐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지옥은 내가 간다."

허클의 이 말이 일본을 대표하는 '시대의 양심' 양심적 지성인,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2023)의 일생을 관통하는 행동철학이자 '명령어'가 됐다. 오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허클의 '지옥은 내가 간다'를 입속으로 되뇌면서 더 힘든 쪽'을 선택해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길을 쭉 갔고 그것이 자기 인생의 방향성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오에 겐자부로가 3일 별세했다. 그의 별세 소식은 13일에야 알려졌다. 

오에 겐자부로는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는 1995년 방한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1995년에 나는 서른넷, 오에 겐자부로는 환갑이었다. 사진 속의 청년은 이제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고, 오에도 이제 피안(彼岸·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이름)의 길을 떠났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1995년 한국을 방문한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조용준 사진] 2023.03.14 digibobos@newspim.com

오에 겐자부로는 2015년 3월 12일 방한해서 연세대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아래 내용은 그날 강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역사 앞에 반성하지 않는 아베와 일본을 꾸짖으며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역설하고 있다.

"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못할 만큼의 정말 막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다."

"일본은 아시아에 대해 특히 한국 국민들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제대로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고 새로운 헌신을 만들어 가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상상력이 없다. 사실 아베는 제2차 세계대전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그때 일본이 얼마만큼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는지 상상도 못 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해 일본 과거사 청산 촉구 발언을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 대한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과 관련) 메르켈 총리를 향해 일본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나는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이 더 걱정된다. 메르켈 총리가 다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너희(일본)가 더 새롭고, 너희한테 배울 게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 그와 독일은 원전 반대를 주장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어 유럽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감수성을 싹트게 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이 한국에 평생을 사죄해도 갚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다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해왔다. 2023.03.14 digibobos@newspim.com

일본의 지성은 이렇게 간절히 사죄와 반성을 말했는데, 오히려 이 땅의 권력자들이 이를 못본 척하고 국제 사회도 공분하고 있는 일제의 과거사를  스스로, 억지로 덮으려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강제징용 근로자 및 성노예 배상을 일본이 아니라, 우리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까지 벌이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상 수상 후 일본 정부가 문화훈장을 수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후 민주주의자이다. 그런 내게 정부에서 주는 문화훈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문화훈장은 국가와 결탁한 글을 써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연, '지옥은 내가 간다'의 실천강령을 믿음으로 지속한 지성인답다.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인이 죽음으로 죄를 갚아야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에의 이런 발언과 평소 철학으로 인해 그의 죽음마저 뒤늦게 알려진 듯하다.

시절이 하 수상하고 국운은 구한말처럼 스러져가는 듯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지 못하는 민초들의 한숨과 아우성이 하늘을 뚫을 듯한데 이를 다독여주고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자의 목소리도 도통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오에 겐자부로가 더더욱 그립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오에 겐자부로 [사진=위키피디아] 2023.03.14 digibobos@newspim.com

오에 겐자부로의  책 <나의 나무 아래서>는 다음과 같은 옛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골짜기 마을 사람에게는 저마다 '나의 나무'로 정한 나무가 숲에 있다. 사람의 혼은 그 '나의 나무'의 밑둥(뿌리)에서 골짜기로 내려와서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죽을 때에는 몸이 없어질 뿐이고 혼은 자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숲속에 들어가 우연히 '나의 나무' 아래 서 있으면 나이를 먹은 자신을 만날 수가 있다. 그러고는 나이를 먹은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이 때 어떤  답을 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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