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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칼더',진지한 '이우환'..놓칠수 없는 동서양 거장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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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칼더, 이우환 개인전 동시 개최
모빌,스테빌의 작가 칼더의 조각과 과슈 작품
이우환의 신작 조각과 드로잉 5월28일까지 전시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경쾌하고 자유분방한 알렉산더 칼더, 진지하고 명상적인 이우환. 두 작가를 동시에 만나는 전시가 서울 삼청로에서 지난 4월 4일 개막됐다.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는 2관 1층과 3관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조각가로 꼽히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개인전 'CALDER'를 연다. 또 1관의 2개 공간과 2관 2층,그리고 정원에서는 지난 2009년 국제갤러리 전시 이후 14년 만의 이우환 개인전 'Lee Ufan'을 개최한다. 두 전시는 5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알렉산더 칼더(1898-1976) '무제' 1970. 종이에 과슈, 잉크. 109.86 x 74.93cm, Image courtesy of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 Resource, New York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사진=이영란 기자] 2023.04.15 art29@newspim.com

▶매혹의 조각과 과슈 회화, 칼더의 세계로

조각을 좌대에서 해방시킨 혁신적인 예술가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국내 전시는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국제갤러리는 이번에 칼더의 대표적인 '모빌(mobile)'과 과슈 작업을 선별해 내걸었다. 국제갤러리에서의 칼더 전시는 벌써 네번째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호응하는 작가이자, 작업의 양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칼더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인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품을 조명한다.

칼더의 조각은 공간과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고 추상적 선과 형태를 만든 뒤, 공간을 살아있게 만드는 게 칼더의 모빌 조각이다. 묵직한 중량감 없이, 새의 깃털처럼 가볍지만 관념적으로는 묵직한 힘으로 근대적 이상으로서의 자유와 지성을 유쾌하게 은유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알렉산더 칼더 'Guava' 1955, Sheet metal, rod, wire, and paint, 180.98 x 372.11 x 118.11cm, Image courtesy of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 Resource, New York ©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사진: Tom Powel Imaging ©Calder Foundation, New York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3.04.15 art29@newspim.com

칼더가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자 프랑스의 다다이스트 마르셀 뒤샹(1887~1968)은 '모빌'이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온 이 프랑스 혁명가는 칼더 보다 10년 연상으로, 프랑스로 건너온 칼더와 함께 활동했다. 뒤샹은 '움직임'을 뜻하는 불어를 살짝 비틀어 모빌이라고 이름지었다. 칼더와 뒤샹은 1930년대 파리에서 만나 동시대를 함께 풍미하면서 당대 유럽의 모더니즘과 미국의 신생 아방가르드 흐름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두 작가는 세계 미술사의 지형도를 확 바꿔 놓았고, 지고촌 곳곳에서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는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세계 1,2차대전 사이 파리에서 광범위한 조형언어와 작업의 골조를 발전시켰던 칼더는 전쟁 이후에는 국제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 특히 특유의 재기발랄한 유희성과 조각적 엄밀함이 공존하는 그의 '모빌'은 칼더 작업의 뚜렷한 특징으로 널리 각인됐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알렉산더 칼더 'The Signed Balloon'.1969. 종이에 과슈, 잉크. 109.86 x 74.61cm. Image courtesy of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 Resource, New York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3.04.15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는 칼더 작업에서 '제스처(gesture)'라는 요소가 조형예술에 어떻게 근간을 이루는지, 곡선 및 끊어진 선 같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물리적 구현이 어떤 방식으로 작가의 비전인 '생동감'을 뒷받침하는지 음미하게 한다.

이같은 측면은 놀라울 정도로 밸런스(균형)를 유지하며, 공기 진동에 따라 유유히 회전할 때 조형적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조각은 물론, 잉크 및 과슈로 작업한 회화에도 투영돼 있다. 공과대학 기계과 출신의 '공대오빠'였던 칼더는 공학적 역학과 물성의 특징을 어떤 작가보다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여기에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들에 마치 봄바람에 맞춰 춤추는 듯한 유연한 생명력을 부여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감돌고, 유쾌한 감탄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운드(sound)'와 '동세'로 회귀되는 칼더의 작업적 특징은 지난 2007년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Hypermobility'라는 타이틀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도 조명됐다. 칼더는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조각의 세계로 끌어들임으로써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공기 자체까지도 활성화시켰다. 게다가 그림자 또한 공간과 공명하며 조각이 품을 수 있는 영역을 보란듯 확장했다. 당시 휘트니미술관의 전시담당 큐레이터는 그의 전 작품에 걸쳐 드러나는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특유의 움직임과 그것이 자극하는 감각적 반응에서 드러나는 내재적 수행성"이라고 규정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알렉산더 칼더 'Grand Piano, Red' 1946. Sheet metal, wire, and paint 24.45x25.4x7.62cm, Image courtesy of Calder Foundation,New York / Art Resource, New York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3.04.15 art29@newspim.com

국제갤러리 3관은 이번 전시의 핵심에 해당되는 공간이다. 갤러리측은 모빌의 독특한 생동력과 그로써 추동하는 공간적 역동성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도록 사선의 높은 가벽을 만드는 등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Untitled'(c.1940), 'Grand Piano, Red'(1946) 등 금속판과 와이어 등으로 섬세하게 구성된 스탠딩 모빌(standing mobile) 작품은 칼더 조각의 수행성이 절묘하게 작동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작지만 더없이 사랑스런 이들 조각을 감상하다 보면 역시 '천재의 솜씨'임을 느끼게 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알렉산더 칼더 'Untitled(무제)' 1971, 종이에 과슈, 잉크. 109.54 x 74.93cm, Image courtesy of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 Resource, New York © 2023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 Calder Foundation, New York,국제갤러리. [사진=이영란 기자] 2023.04.15 art29@newspim.com

칼더의 조각에 반영된 와이어와 금속의 표현력은 2관에 전시된 과슈 작업들과 서로 조응한다. 그의 자유분방한 과슈 작품은 모빌 작업의 개념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악보를 연상시키는 검정색 선들이 화폭을 가득 채운 'Untitled'(1963)는 조각작업을 할 때 떠오른 발상을 속도감있게 표현한 것이다. 사운드에 대한 작가의 지대한 관심은 바람을 연상시키는 나선형과 물결치는 듯한 소용돌이 형태의 묘사와도 스르륵 연결된다.

그때 그때 변화하는 공기의 흐름은 이번 전시에 나온 칼더의 모빌 중 대표작에 해당되는 'Guava'(1955)와도 긴밀하게 협업한다. 공기의 순환에 모빌 작품이 살짝씩 반응하고, 이 반응이 움직임으로 증폭하면서 작품은 사랑스런 음악을 품은 것처럼 다가온다. 이러한 이끌림과 반발, 힘과 우아함 사이의 팽팽한 줄타기는 1944년에 제작한 석점의 브론즈 작품 'The Flower', 'Fawn', 'Whip Snake'에도 섬세히 구현돼 었다.

2관에 설치된 일련의 과슈 작품들에서도 비가시적 세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과슈 페인팅들은 공간 구성에 대한 칼더의 실험적 발상이 반영된 조각작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나아가 무의식에 대한 고찰의 발현이기도 하다. 철판, 철사 같은 산업적 재료를 자르고 구부려 손으로 직접 형태를 만들어가는 칼더의 조각 작업방식은 무형의 동력과 형태를 탐구하며 인지하는 과정을 거쳐, 종국에는 관객과 감정적으로 부드럽게 교감한다. 바로 이 점이 탁월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제갤러리의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전시 전경. 조각 작품 'Crag'(1974)과 다양한 과슈 회화들이 보인다.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3.04.17 art29@newspim.com

칼더의 작품에서는 해와 달, 산과 물, 식물 같은 자연적 요소와 기하학적 상형문자들이 자유롭고도 긴장감있게 구현된다. 차갑고 건조하기 그지 없는 산업적 재료들로 더없이 아름다운 조각을 탄생시킨 작가는 회화에 있어서는 보다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드러낸다. 국제갤러리 2관과 3관에 나뉘어 전시된 칼더의 다양한 작품들은 상호작용하듯, 선창과 후창이 이어지는 악구의 반복처럼 음악적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거장의 회화와 조각은 맥을 같이하며 한편의 시처럼, 공상적이면서도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칼더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조각가의 손자이자 아들로 태어나 스티븐스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예술에의 열망을 떨치지 못해 1923년 뉴욕 아트 스튜던츠리그에 재입학해 4년간 회화를 전공했다. 데뷔 후 철사를 구부리고 일그러뜨리는 방식으로 대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조각법을 선보인 그는 이후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는 '칼더의 서커스'를 제작, 시연해 당대 파리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 사이에 유명세를 탔고, 이후 유명한 키네틱 조각 '모빌'을 창안했다.

초기 손이나 작은 전기모터로 구동되었던 모빌은 1934년부터는 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조각으로 이어졌다. 칼더는 모빌과는 상반되는 부동적 조각 '스테빌'도 제작했고, 1950년대부터는 거대한 규모의 야외 설치작업을 펼쳤다. 이 조각들은 오늘날 세계 각지의 공공기관에 설치돼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43년 뉴욕 현대미술관을 필두로 1964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1976년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칼더는 1952년 베니스비엔날레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의 '.125'(1957), 파리 유네스코본부의 'Spirale'(1958), 이탈리아 페루자도의 고대 도시 스폴레토에 설치된 'Teodelapio'(1962) 등이 대표작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우환(b.1936), Drawing for 'Relatum–Dialogue'. 2021/2023. Wood floor, white paint, natural stone, light bulb, charcoal drawing, Natural stone,120x120cm (2 pieces).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Ufan Lee / ADAGP, Paris - SACK, Seoul,2023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 2023.04.17 art29@newspim.com

▶단순하지만 메타포로 가득한 이우환의 작업

이우환은 당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 누구보다 국제성을 띈 이 작가의 작업은 너무나 단순하지만 많은 메타포를 품고 있다. 국제갤러리가 14년 만에 이우환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2009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이자,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 설립(2015)을 제외하면 국내 관람객들이 오랫만에 접하는 개인전이다. 해외에서는 베르사유궁전, 퐁피두 메츠, 뉴욕 디아비컨 같은 중요한 곳에서 그의 개인전이 종종 열리지만 정작 국내에서 본격적인 개인전은 드물었기에 반가운 자리다. 1관의 2개 공간과 2관 2층, 그리고 정원에 펼쳐진 것은 1980년대 작품을 비롯해 근작및 신작까지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이다.

전시의 핵심은 조각들이다. 이우환은 1956년 일본으로 이주해 전위적인 미술운동인 '모노하'를 주도하기 시작했던 1968년 처음 '관계항(Relatum)'이란 작업을 선보인 이래 오늘날까지 꾸준히 동명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작들은 그 연작의 연장선에 있다. 

이우환은 무(無)에서 시작해 자기 자신의 표상으로서의 표현을 만들고 그것을 대상화하는 대신, 현실과 맞물리는 '현상의 파편으로서의 작업'을 보여준다. 즉 타자 또는 세계와의 교류에 '열려 있는 표현'으로서의 작업인 셈이다. 그는 작품이 현실 내지는 일상과 끊임없이 관계맺도록 하기 위해 갤러리의 화이트큐브 공간과 같은 익명의 뉴트럴한 장소에,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의 메타포를 만든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우환 'Relatum–Dialogue'.2021/2023, Wood floor, white paint, natural stone, light bulb, charcoal drawing, Natural stone,120x120cm (2 pieces)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Ufan Lee / ADAGP, Paris - SACK, Seoul [사진= 이영란 기자] 2023.04.15 art29@newspim.com


이우환은 자신의 모든 조각들을 '관계항(relatum)'이라 제목 짓고 여기에 종종 부제를 붙인다. 부제는 그저 연상을 도울 뿐 직설적이진 않다. 규정지을 수 있는 '관계' 대신,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를 의미하는 '관계항'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작품의 개별 요소들이 끊임없이 맥락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관계에 놓이도록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자연을 상징하는 돌,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강철판을 하나의 '관계항'으로서 작품 공간에 직접 개입하게 되는 관람객은 두 사물(돌과 철판)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침묵 중에 진행되는 대화를 명상하듯 관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아와 타자의 공생(co-presence)을 음미하게 된다.

이우환은 말한다. "돌은 시간의 덩어리다. 지구보다 오래된 것이다. 돌에서 추출된 것이 철판이다. 그러니까 돌과 철판은 서로 형제 관계인 것이다. 돌과 철판의 만남, 문명과 자연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 내 작품의 발상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공백이 있고, 공명이 있고, 상호 충돌하여 발생하는 기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내부와 외부가 교통하는 가변성의 세계, '무한'의 세계가 작품에 담겨진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국제갤러리 1관에 설치된 이우환의 신작 'RELATUM - The Kiss'. 2023, 돌, 금속 체인. ©Ufan Lee, ADAGP. Paris - SACK,Seoul,국제갤러리. [사진=이영란 기자] 2023.04.15 art29@newspim.com

이번 출품작 중에는 의인화된 은유의 예시를 보여주는 신작 'Relatum– The Kiss'가 가장 관심을 모은다. 작품의 부제인 '키스'에서 알 수 있듯 사람임을 암시하는 두개의 돌이 조우하며 접점이 만들어졌다. 각각의 돌을 둘러싼 두개의 쇠사슬 또한 교차하면서 교집합을 보여준다. 두 돌의 접촉점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쇠사슬의 방향성은 이우환의 회화 연작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강한 역동성을 불러 일으킨다.

과거에도 작가는 의인화된 은유를 적극 도입한 바 있다. 그러니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6년에 제작한 'Relatum–Lover'는 두개의 돌이 그들을 받치고 있는 철판에 의한 경계를 극복하려는 듯 서로를 향하고 염원하는 형국이다. 작가에게 이 같은 일종의 트릭은 작품에 미적 요소를 더하는 장치인 동시에 그 표현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는 하나의 현상이다.

1관 안쪽 전시장 한켠에 내걸린 'Dialogue'라는 타이틀의 드로잉들은 그의 유명한 회화 연작 'Dialogue'를 연상시킨다. 정신과 호흡을 극도로 통제하고 가다듬어야만 찍어내릴 수 있는 커다란 '점'과 자연물을 묘사하는 듯한 제한된 수의 '선'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가가 만든 여백과 긴장감 넘치는 구도 앞에서 관람객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이우환의 작업은 그것이 드로잉이든, 조각이든, 하나의 선이든 모두 '세계와의 열린 대화'로 초청하는 현상들의 파편임을 암시한다.

2관 2층에 전시된 'Relatum–The Sound Cylinder'(1996/2023)는 강철로 만든 장중한 원통과 그에 기대어 놓인 돌로 이뤄진 작품이다. 속이 텅 빈 원통에는 5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숲 속의 새들, 비와 천둥 같은 자연의 소리, 그리고 에밀레종 종소리가 공명하듯 전시장에 조용히 울려퍼진다. 이우환은 인공물과 자연석의 개별적인 물성 그대로를 공간에 병치함으로써 그들 간의 관계가 발생시키는 파장을 성찰하게 한다. 그 파장이 만든 '울림'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며, 공기와 같은 매질의 진동을 통해 전파되는 소리, 즉 음파의 성질과 맥을 같이 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제갤러리 2관 2층에 출품된 이우환의 'Relatum–Seem' 2009. 흰색의 캔버스와 돌이 무심한 듯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작품이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Ufan Lee / ADAGP, Paris - SACK, Seoul [사진= 이영란 기자] 2023.04.17 art29@newspim.com

2관에는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와 돌이 무심하게 마주보고 있는 'Relatum–Seem'(2009)도 설치됐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흰 캔버스는 언뜻 존 케이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서구의 문제적 작품들이 '비(比) 회화' 등을 상징하는 전복적 작업인 것과는 달리, 이우환이 보여주는 흰 캔버스와 그 앞에 놓인 돌에 깃든 침묵이나 물질적 현존에는 이같은 결연한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어두운 전시장 한 가운데서 이질적이지만 생산적인 대화로 초대하는 '매개'의 역할을 수행한다. 관람객은 실재를 초월하는 대상과의 직접적이면서도 열린 대화를 통해 차분히 묵상할 시간을 갖게 된다. 이렇듯 이우환의 작품은 하나 하나가 '무한'을 표현하고 있는 메타포이자 서사인 것이다.

작가의 다음 메시지를 들으며 그 메타포의 세계로 빠져볼 시간이다. "현 시대가 신이나 '인간'이라는 망령, 그리고 정보라는 망령한테 홀려서 맥을 쓸 수 없습니다.(중략) 이제 우리는 망령된 '인간'을 넘어서 '개체로서의 나'와 외부와의 관계적인 존재로 재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만남(Encounter)이 중요한 것이지요. 나의 작품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독특한 신체성을 띠고 있으며, 대상 그 자체도 아니고 정보 그 자체도 아닌, 이쪽과 저쪽이 보이게끔 열린 문, 즉 매개항입니다. 나와 타자가,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장소가 작품이고 이것은 새로운 리얼리티의 제시입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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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李대통령 국민 속여" 靑 "왜곡"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청와대는 24일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두고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근거 없는 비난성 주장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유 작가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핌 DB] 유 작가는 지난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 개혁은 우리가 생각한 검찰 개혁, 더불어민주당 입장,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목표다. 원래 최대치의 검찰 개혁의 목표는 이랬다. '검사들이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 기소 즉 소추를 담당하는 검사를 분리해서 수사하는 검사가 기소 역할을 겸하지 못하게 하자', '그리고 이걸 분리해서 법무부 안에 수사 담당하는 기관, 소추 담당하는 기관을 나누자' 이거였다"고 말한 바 있다. 유 작가는 당시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이제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은 법무부 안에 '수사를 하는 검찰'과 '기소를 하는 검찰'을 나누는 것이 원래 검찰 개혁의 최대치라고 말했다. 이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pcjay@newspim.com 2026-09-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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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CNN 등 출입 복원 명령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N과 MS NOW, 폴리티코 등 3개 언론사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 미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4일(현지시각) 법원은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출입증을 즉시 복원하도록 명령했고, 백악관은 오전 한때 기자들의 출입이 계속 제한되는 혼선이 빚어진 뒤 이날 정오께 출입을 재허용했다. ◆ 美법원 "출입증 취소, 적법절차 위반 가능성"…백악관 결국 복원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의 팀 켈리 판사는 CNN과 MS NOW, 폴리티코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 언론사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증을 즉시 복원하도록 명령했다. 이번 임시명령은 14일간 효력이 유지된다. 켈리 판사는 백악관이 기자들의 출입증을 취소한 조치가 헌법상 적법절차 권리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출입 금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행정부가 제시한 국가안보 논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 결정문에서 켈리 판사는 출입증 취소가 실제로 국가안보를 보호할 것이라는 주장에 충분한 사실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켈리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첫 임기 당시 지명한 판사다. 법원의 복원 명령이 나온 뒤에도 한때 세 언론사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이 제한됐다. 이에 CNN과 MS NOW, 폴리티코는 법원에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폴리티코는 자사 기자의 출입증이 압수됐다고 밝혔고, CNN과 MS NOW 기자들도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언론운영 담당 책임자인 마이카 스토퍼리치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백악관이 오전 7시25분부터 기자들의 출입증 복구 절차에 들어갔으며, 오전 9시55분께 백악관 언론팀이 출입구에 출입증을 가져다 놓았다고 밝혔다. 이후 세 언론사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은 이날 정오께 재개됐다. ◆ 트럼프 "허구·거짓말"…시진핑 방미 당일 TV 풀 취재도 중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CNN과 MS NOW, 폴리티코가 대통령을 취재하면서 "허구와 거짓말"을 끊임없이 보도하고 있다며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치를 국가안보 문제와 연결했다. 법무부 역시 이들 언론사의 일부 보도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사일 비축량과 백악관 무도회장 건설 등에 관한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반면 세 언론사는 출입 금지 조치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적법절차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켈리 판사는 현재 기록만으로는 출입증 취소가 국가안보 보호에 필요했다는 행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백악관 방문 등 주요 외교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CNN은 ABC, CBS, FOX뉴스, NBC와 함께 백악관 TV 풀을 구성하는 5개 언론사 중 하나다. TV 풀은 대통령 관련 취재를 분담하고 촬영 영상을 다른 언론사에 제공한다. CNN 등에 대한 출입 금지 이후 TV 풀에 참여하는 언론사들은 CNN과의 연대 차원에서 공동 취재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목요일 오전 백악관 사우스론에 도착했을 당시 TV 풀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고, FOX뉴스와 MS NOW, CNN은 두 정상의 도착 행사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시 주석을 환영하면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중국 기자들이 가장 우호적인 언론인들이라는 취지의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편 켈리 판사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언론 관련 소송에서 법적 차질을 겪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아이오와주 법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디모인 레지스터 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가 J. 앤 셀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스콧 비티 아이오와 지방법원 판사는 해당 여론조사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9월 24일(현지시각) CNN 백악관 특파원 베시 클라인이 출입 복원을 명령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출입 권한을 되찾은 후 백악관에서 취재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kwonjiun@newspim.com 2026-09-2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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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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