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군부통치 10년을 심판하는 태국 총선에서 군부 축출을 내건 야권이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만 단독으로 새 총리를 선출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진 못해 진통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왕실모독죄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운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이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현지 방송 타이PBS에 따르면 15일 오전 1시(한국시간 오전 3시) 현재 개표율 92% 기준 비공식 개표 결과 전진당은 하원 500석 중 15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태국 총선 투표 중인 시민 [사진=블룸버그] 2023.05.15 kwonjiun@newspim.com |
전진당은 군부 축출과 함께 태국에서는 민감한 이슈인 군주제 개혁,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어 20·30대 MZ 유권자들의 표가 몰렸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이끄는 현 제1야당 프아타이당은 14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프아타이당은 2001년 이후 선거에서 1당 자리를 처음으로 빼앗기며 야권의 맹주 자리를 내놓을 처지가 됐다.
이어 중도 세력인 품차이타이당이 7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품차이타이당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군부 중심의 현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끄는 루엄타이쌍찻당과 쁘라윳 웡수완 부총리의 빨랑쁘라차랏당 등 군부 정당들은 100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야권이 확보한 의석수가 태국 행정부 수반인 총리를 차지하는 데 필요한 376석에는 미치지 못해, 태국 행정 수반인 총리가 선출되는 7월말 내지 8월초까지 태국 정치권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군부는 생명 연장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소송을 제기해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키거나, 정당 해산, 또 다른 쿠데타 등으로 응수할 가능성도 있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친군부 성향이어서 법적 대결로 끌고 가면 군부가 유리하다.
이번 선거는 2014년 태국의 군부 쿠데타 이후 두 번째이자 2020년 민주화와 군부통치 종료, 개헌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세 손가락' 시위 이후 처음 열린 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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