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최근 재선 성공으로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레제트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새 내각 인선을 공개하며 그간 고수해 온 저금리 정책을 철폐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3일(현지시각) 취임 선서와 함께 새 내각을 발표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재무장관에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심셰크는 영국 런던에서 메릴린치에 근무하던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국제사회에서 널리 인정받는 경제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15∼2018년 부총리를 지내며 시장친화적 경제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2017년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굳힌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2018년 해임됐다.
이번 인사는 작년 10월 물가상승률이 85%를 찍을 정도로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민생이 악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튀르키예 리라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그간 튀르키예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전통적인 경제학적 처방 대신 저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에르도안의 재선이 확정된 지난달 말 리라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급락했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정상적 경제 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심셰크 임명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저금리 정책 폐기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심셰크 임명자 역시 "이성적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외에 튀르키예에 남은 선택지는 없다"고 말해 그러한 기대감을 키웠다.
AP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셰크를 임명하므로써 '비정통'으로 낙인 찍힌 경제정책을 드디어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르도안이 고수했던 저금리를 완전히 폐기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뱅크오브싱가포르 채권리서치 대표 토드 스쿠버트는 "심셰크가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는 많은 신임을 받고 있으나, (튀르키예 내각에서) 다른 영향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코엑스파트너스 매크로 이코노미스트 핸릭 굴버그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셰크 임명이 재선 이후 시장에 단순히 어필하기 위한 임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