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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틀려먹은 것들 절대 용서 못해"…김정은 공포통치에 떨고 있는 北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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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간석지 제방붕괴 현장서 "엄격 처벌"
총리에 "경제 말아먹었다"며 책임 떠넘겨
노동당·내각에 숙청 피바람 거세게 불 듯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서해 안석간석지 제방 붕괴현장을 찾아 분노를 터트린 김정은의 국무위원장의 발언 내용과 검열 및 처벌 지시가 알려지면서 북한 노동당과 내각의 간부들이 떨고 있다.

23일 오전 발간된 노동신문에는 "당 중앙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고심분투하지 않는 행위는 사소한 요소도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며 대대적인 숙청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김정은이 폭발한 건 지난 21일 남포시 일대 안석간석지 관리를 담당하는 평안남도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이곳은 6호 태풍 카눈의 피해를 입어 제방이 파괴되면서 270여 정보의 논을 포함해 모두 600여 정도가 침수되는 "엄중한 피해를 입었다"는 게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피해는 결코 자연 재해현상으로 인한 악재가 아니라 철두철미 건달꾼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에 의한 인재(人災)"라면서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경종을 경종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지적 저능아들, 인민의 생명재산 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배들, 당과 혁명 앞에 지닌 책무에 불성실한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찰소가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하여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했다.

매체들이 전한 김정은의 질타는 전례 없이 강도가 높고 간부들의 무능과 부패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며칠 전 안석간석지 논이 침수됐다는 보고를 받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을 현지에 파견하여 직접 복구사업을 지휘하도록 했고 군대까지 동원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는데 어떻게 내각과 성(省, 내각 부처), 중앙기관의 책임일꾼(고위 간부를 의미)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각 총리는 관조적인 태도로 현장을 한 두번 돌아보고 가서는 부총리를 내보내는 것으로 그치고 현장에 나온 부총리라는 사람은 연유(휘발유의 북한식 표현) 공급원 노릇이나 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은 또 "주인으로서 공사를 직접 지휘해야 할 간석지 건설국장은 자기는 크게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돌아가겠다고 당위원회에 제기하다가 비판을 받고도 거의나 기업소사무실에서 맴돌며 허송세월했다"며 "배수문 공사용으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많은 연유를 떼내어 몰래 은닉해놓는 행위까지 하였다는데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다, 엄중한 피해를 발생시킨 당사자들로서 자그마한 가책이나 책무수행에 대한 사소한 의지조차 결여된 의식적인 태공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의 언급 내용으로 볼 때 이미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통해 상세한 경위와 문제점을 보고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건 김정은의 비판이 김덕훈 내각 총리에 초점이 맞춰진 대목이다.

그는 "지금 내각에 사업체계가 올바로 세워져있지 않으며 실속 없는 일꾼들이 등용되여 유명무실하게 틀고 앉아 산하단위들에 대한 지도도 제바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업무 스타일)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라의 경제 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며 "총리의 무책임한 사업태도와 사상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언급으로 볼 때 이미 김덕훈에 대한 해임이 이뤄졌으며 곧 대대적인 검열을 거친 뒤 본보기식 숙청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집권 이후 총리에게 경제문제의 책임 등을 씌워 경질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처럼 강도 높은 불만표출은 없었다는 점에서 2009년 11월 화폐개혁 실패의 문책 차원에서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이 처형된 전례를 거론하는 분석과 전망까지 나온다.

당시 후계자이던 김정은은 주민들의 장롱 속 달러를 끌어 모아 경제를 살리려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지만 장마당에서 현금 동원력을 거머쥔 '돈주'들의 반발 등으로 여의치 않자 박남기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번 제방붕괴 사태를 계기로 김정은이 '당적, 법적 문책과 처벌'까지 지시한데 따라 북한 내부에는 대대적인 검열과 책벌 등 숙청 피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간석지건설국과 국가건설감독성 등에 대한 집중검열 사업이 시작됐다는 게 북한 매체들의 전언이지만 김덕훈 총리와 고위 간부들의 거취 문제에 이목이 쏠린다.

김덕훈은 2020년 총리에 오른 뒤 핵과 미사일에 집중하는 김정은을 대신해 북한의 민생경제를 챙기는 역할을 해왔다.

김정은이 상당한 재량권을 준 듯 김덕훈은 단독으로 간부들을 수행하고 공장·기업소와 농장 등을 시찰하는 모습을 보였고, 노동신문 1면 등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치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하는 것과 유사한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다면서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왔다.

고위 탈북인사는 "태풍 카눈으로 서해 뿐 아니라 강원도 안변 등지의 제방붕괴 사태가 벌어지고, 김정은이 현장에 나와 피해복구를 촉구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김덕훈에게 불똥이 튀었다"고 말했다.

총리에게 경제 권한을 전적으로 넘겨주는 듯 해보이지만 결국 최고지도자의 민생 실패 부담을 떠맡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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