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기자수첩] 가짜 실패 (feat.수험생)

기사입력 : 2023년11월13일 07:00

최종수정 : 2023년11월13일 07:00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젊은 인도인 변호사 마하트마 간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기차 1등급 표를 샀지만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승무원에게 화물칸으로 옮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를 항의하던 그는 결국 기차에서 쫓겨났다. 식민지 출신이었지만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하고 영국에서 유학까지 마친 그였다. 그는 이런 모욕을 처음 겪었다. 간디는 이 일 이후 인도 독립을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사회부 조승진 기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나오는 정우성은 전국 최강 농구팀 소속이면서 그 팀 선수 중에서도 최고 기량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자기 팀보다 약한 팀과 경기를 치르기 전, 신사를 찾아 신께 '저에게 필요한 경험을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열린 경기에서 그는 패배한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에게 필요한 건 지는 경험이었다.

간디에게 '기차 사건'은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을 게지만, 결국 자기 삶은 물론 세계를 뒤바꾼 전환점이 됐다. 간디가 독립운동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욕타임스>는 최고의 혁명으로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꼽았다. 마틴 루터킹, 넬슨 만델라 등 저명한 정치 운동가들도 간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정우성은 미국 NBA에 진출한다. 이길 거라 확신했던 경기에서 패배한 그는 자신이 했던 기도를 떠올리며 엉엉 울었다. 승리를 달라는 기도 대신 필요한 경험을 구했던 그 자신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정우성은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경험한 뒤 어떤 팀을 만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승리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결국 그를 세계 리그로 진출할 수 있게 만든 발판은 실패였던 셈이다.

올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년간 입시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친 입시전문가들은 이때 가장 필요한 건 '멘탈관리'라고 했다. '킬러문항 배제로 난이도 예측이 어렵다', '역대급 N수생이 등장했다'는 등 수험생을 뒤흔드는 말에 초연해져야 한다. 특히 시험 당일 1교시 이후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수능 1교시 이후 시험을 포기하는 수험생은 어느 때나 있었고, 때로는 성적이 나오기도 전 '수능을 망친 것 같다'며 수험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서초동 로펌에 근무하는 15년 차 변호사 A씨는 자신이 사법시험을 봤던 당시 2교시를 너무 망쳐 불합격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저 시험 완주만 하자고 버텼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A씨는 "시험 직후는 정말 죽고 싶었는데 포기하지 않길 다행이었다"고 했다. 또 "결과는 합격이었지만, 시험에 떨어진다고 해서 죽을 일까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까지 생각했는지 싶다"며 웃었다. 그때는 목숨을 걸 만한 큰 사건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뒤돌아보니 그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이었단 얘기다. 물론 그처럼 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면 좋겠지만, 실패하면 또 어떻나? 누가 새로운 간디, 정우성이 될지는 인생을 완주할 때까지 두고 봐야 한다.

chogiza@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