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분양가상한제 실거주 의무 3년 미루는 개정안 추진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 등 수분양자 5만 가구 한숨 돌려
폐지 아닌 유예로 혼선 재현 불가피...규제 세분화 필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규제가 3년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임시방편 대책으로 3년 뒤엔 똑같은 논란이 재현될 것이란 점에서 혼선의 불씨가 남은 상태다.
◆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로 가닥...'시간 번' 수분양자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실거주 의무' 제도가 3년 유예로 가닥을 잡으면서 입주 예정자인 5만 가구가 안도하게 됐다. 그럼에도 3년 뒤엔 또다시 입주 '패닉'에 빠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를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시장에 투지수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사회적 혼란이 커지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3년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정부와 여당에 전달했다.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규제가 3년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현행법상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되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 간 실거주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현행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변경하는 게 주요 골자다. 즉 유예라고 해서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없어지는게 아니라 최초 입주일에 무조건 입주해야하는 것만 유예된 것이다.
이 경우 수분양자는 준공 즉시 입주하지 않아도 된다. 전세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르는 것도 가능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 받는 아파트는 총 66개 단지, 4만3786가구다.
그럼에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실거주 의무가 완전히 폐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3년 이후에 다시 입주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있다. 올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후분양 단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대상 가구수가 5만가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약갱신권(2+2년)도 여전히 존재해 3년 뒤엔 실거주해야 하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2년인 계약기간을 3년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특약 사향을 계약을 진행해야 하지만 세입자 이주 문제 등으로 입주를 제때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 정부 믿고 청약한 실수요자, 자칫 범법자 전락...신뢰성 높여야
실거주 의무 제도가 혼란을 빚으면서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고 주택을 매수했던 수요자들이 자칫 범죄자로 절락할 수 있어서다.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벌금형이 내려진다. 전매제한이 해제돼 수분양자가 분양권을 매각한 후 그 주택에 세입자로 실거주하는 편법도 허용되지 않는다.
실거주 의무를 어긴 게 적발되면 주택법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권을 회수 조치한다. 매입가는 분양가에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율을 더한 정도다. 거주 의무를 지키기 어려운 수분양자는 LH에 매도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서진형(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된다지만 완전 폐지가 아닌 만큼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수분양자가 제때 입주를 못 할 사정이 있을 수 있어 실거주 조항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