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환경

속보

더보기

차례 줄이고, 명절 음식은 기념으로…달라진 설날 문화

기사입력 : 2024년02월09일 08:00

최종수정 : 2024년02월09일 08:00

"로마에는 로마법 따라야"…달라진 명절 문화에 제사 간소화 추세
달라진 명절 문화에 차례 음식도 "먹을 만큼만"
전문가, "코로나 이후 명절 문화 편리성이 중시돼, 명절 본 의미는 이어지길"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돌아간 남편 영정 사진 앞에 두고 말했어요. 제삿밥 차려주는 건 여기까지라고."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이모(81)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제사상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다. 슬하에 자식이 있지만 "일하느라 바쁜 딸 손을 빌리기도 싫어서 제사를 안 할 마음을 먹었다"는 이 할머니는 "작년 기제(忌祭·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에 고인인 남편에게 제사 안 치르는 게 불만이면 꿈에서 화를 내라고 했더니 정말 그날 꿈에 나타나서 씩 웃고 가더라. 미신 같지만 나름 좋은 쪽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그 뒤로는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시 금천구에 거주 중인 이모(25)씨 가족들이 차린 제사상. [사진=독자 제공] 2023.11.02 dosong@newspim.com

이 할머니의 가정처럼 최근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노인 가정 전반에서도 명절에 제사,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화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통 제사 문화를 주도하던 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며 제사 준비가 번거롭고, 자녀 세대의 명절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이 할머니는 "제사는 요즘처럼 살기 힘든 세대에 물려주면 안 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가족끼리 근거리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무리할 필요가 있나"라며 "로마에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바뀐 한국 문화에는 우리가 맞춰야 한다. 문화가 바뀐다고 부모, 조상을 마음에 단념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윤경(81) 할머니 역시 "우리 집 역시 제사상이나 차례상 준비를 줄이는 추세다. 설 당일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가족들이 많아져 차례에 모두 모이기도 쉽지 않다. 자유롭게 산소에 찾아뵙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예정"이라고 맞장구쳤다.

앞서 국내 유교 중앙본부 역할을 하는 성균관의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위원회)는 '전통 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제사상 차림과 제례 방식 간소화를 꾀했다. 제사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문화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간 전통 제사 문화를 주도해 왔던 종갓집들도 제사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안동지역 40개 종가를 대상으로 조상 제사 지내기를 조사한 결과 연간 평균 12회인 제사를 최대 5회까지 줄인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40개 종가 중 35개 종가에서 부부의 기제를 합쳐 지내는 합사(合祀)로 지낸다고 답했으며 4대 봉사(奉祀)를 증조부모나 조부모로 줄인 종가도 11곳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명절 문화 바뀌어…"절차와 관계 없이 뿌리 재확인 하는 명절 본 의미는 이어져야"

설 명절 음식으로 대표되던 음식도 차례상에 올리기 위한 대량 구매보다는 실제 식사를 위한 소량 구매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 금천구 별빛남문시장에서 만난 송모(65) 씨는 "매년 호박전, 명태전, 녹두전, 동그랑땡 수요는 꾸준히 있었지만 명절 문화가 달라지며 올해는 덜 몰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전을 사가는 손님들도 추억을 회상하며 먹을 것만 가져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가게 앞에 사과, 배, 감 세트를 진열한 청과물 가게 상인 지모(65) 씨 역시 "점점 제사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라 잘 안 팔릴 것 같다"며 "특히 코로나 이후 명절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코로나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명절 분위기가 당분간 편리성에 기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윤회 사상과 유교적 문화가 제사 문화를 이끌어오던 근간이었는데 코로나로 강제적으로 단체 모임이 금지되면서 명절 문화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생긴 문화는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더러는 명절의 본 의미와 달리 해외여행 적기나 명절과 상관없는 연휴로 보는 인식이 늘어나기도 한다"면서 "명절의 의의 중 하나는 핵가족화되는 현 세태에서 명절을 구실로 한두번이라도 친척들을 만나면서 확대가족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제사를 간소화하더라도 명절에 서로 얼굴 보면서 떡국 먹고 안부 물으며 뿌리를 기억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doso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