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크루즈, 구글의 웨이모 잇단 사고에 신뢰도 하락
"안전·규범 해결 이전까지 속도내기 힘들 것"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의 가장 기본이자 최종 목적지인 '안전'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통제된 환경 안에서만 자율주행이 기능할 수 있으며 완전 자율주행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상용화 수준은 레벨 2~3 단계에 머물러 있다. 레벨2는 차선유지보조기능이 들어간 부분자동화며 레벨3는 수시로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의 제어권이 바뀌는 조건부 자율주행이다.
크루즈 로보택시 [사진=업체 제공] |
◆선제적으로 상용화 나선 크루즈·웨이모 사고로 투자 주춤
운전자가 운전대를 완전히 놓을 수 있는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장애물은 안전이다.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잇단 사고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크루즈는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허가를 받고 24시간 무인 택시 사업을 진행해왔다. 출동 중인 소방차를 방해 요인으로 인지해 충돌하기도 하고 보행자가 다른 차량에 치인 상태에서 보행자를 끌고 일정거리를 주행하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도 지난해 12월 픽업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선제적으로 나섰던 크루즈의 자율주행 운행이 중단된 이후 완성차 업체들도 투자를 멈추거나 줄이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레벨 3 이상으로 잡았던 상용화 목표도 잠정 보류되거나 낮춰진 상태다. 크루즈는 인명사고 이후 관련 투자를 대폭 축소했고 관련 리더 9명을 해고했다. 웨이모는 사고 차량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 중인 앱티브는 합작사 모셔널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도 모셔널 증자계획을 재검토하게 됐다.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의 레벨3 탑재도 미뤄졌다. 애플카도 출시 시점을 2028년으로 연기하고 목표였던 레벨5를 레벨 2+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테슬라의 풀셀프드라이빙(FSD)도 레벨 2~3 수준이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진=블룸버그] |
◆레벨 3 상용화도 아직…완전 자율주행까지 시간 소요
전문가들은 크루즈나 웨이모의 사고에서 자율주행이 아직 완전히 '자율'로 접어들지 못하고 '자동'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 레벨3의 완전 상용화도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완전한 자율의 영역이다. 자율주행이란 보행자가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 차선 간의 간격 등 도로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차가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라며 "오토너머스(autonomous)와 세팅된 상황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매틱(automatic)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는 상용화 수준을 만족하기 위해 수반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관리 비용도 기업엔 부담이다. 풍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고도화하면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자동차가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현대차의 파트너사인 앱티브가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도 지속적인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으로 풀이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이 사고를 줄일 수는 있지만 사고율을 0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소비자가 기대하는 사고율 0 수준의 자율주행은 당분간은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4월 8일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위원회 위원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 등이 경기도 화성 소재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 현대디자인동에서 아이오닉5 전기차 로보택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인수위사진기자단] |
전문가들은 안전 문제를 넘지 못하면 자율주행은 당분간 통제된 상황에서만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자율주행은 일정기간 고속도로, 한적한 도시에서 주행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능하고 복잡한 도심에서 상용화는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상용화에 따른 규범이 불투명한 점도 상용화 속도를 늦추는 데 한 몫한다. 국내에선 자율주행버스와 같은 차량 사고가 나면 국토교통부에 신고하면 된다. 레벨2 자율주행차의 경우 모든 사고 책임을 운전자가 진다. 하지만 레벨3부터는 사고 당시에 누가 운전하고 있는지를 따져서 운전자와 제조사가 책임을 나눈다. 사고가 나면 일단 운전자 보험으로 처리한 후 제조사와 운전자의 과실을 따진다. 제조사 과실이 인정될 경우 보험사는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제조사 형사 책임 원칙 등에 대한 제도적인 정립이 이루어진 상황이 아닌 만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시하기 어려운 게 자율주행 차량"이라며 "GM의 경우에도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둘러 출시하다 보니 벌어진 상황이다. 안전 문제와 맞물린 규범 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속도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경찰청이 2027년까지 책임주체에 대한 원칙을 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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