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지난해 KT에 이어 올해도 소유분산기업들이 회장 교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소유분산기업은 특정 오너가 없고 소액주주들이 많아 일명 '주인 없는 기업'이라 불린다. 주인이 너무 많아 주인을 찾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KT가 대표적인 사례다. 외풍에 흔들리던 KT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반대로 윤경림 내정자가 사임 의사를 표했다. 이로서 KT 대표가 새로 선임되기 전까지 9개월 간의 경영 공백이 발생했다.
포스코는 국민연금공단의 최정우 회장의 3연임 반대에 이어 회장 후보를 결정하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호화 출장 논란으로 업무상 배임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내정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국민연금의 비토(반대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뿌리와 줄기가 튼튼해야 한다. 한 기업의 수장을 선임하는데 관례처럼 경찰 조사가 동반되는 일은 줄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기업 지배구조 변화는 기업 내부에서 고민해야 한다. 답은 가장 기본인 투명성과 독립성으로 돌아간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책을 명문화하고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인 금융기업들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KB금융은 2016년 최고경영자 승계와 관련된 내부 규정을 마련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직접 회장 내부 후보자군을 육성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퓨처그룹 CEO코스 운영 자격을 부여하고 반기별로 관리해 왔다. 회장 후보군을 직접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외부에 알리면서 낙하산이나 외부 개입의 영향을 줄인다.
현재 자리에서 물러난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들의 수장들은 장기집권한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회인 '참호구축'을 통해 수차례 연임을 이루어냈다는 지적을 받은 원인이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가 결탁하면서 누구도 경영진의 판단을 견제할 수 없는 구조 안에선 소액주주의 의견이 반영될 창구는 더욱 좁아진다.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마련하고 명문화하면서 실행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포스코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의 초석은 닦았다. 지난해 3월 최정우 회장을 주축으로 신지배구조개선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지배구조 개선안을 도출했다. 핵심은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현직 회장을 우선으로 평가하는 우선 심사제를 폐기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대신 회장 후보를 지정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변화다.
다만 후추위가 경찰에 입건되면서 중단 위기를 맞았던 것은 이사회의 구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사외이사 구성이다. 소액주주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소유분산기업은 회장을 추천하는 곳에서 힘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후추위를 최정우 회장 재임 시절 사외이사로 구성한 것이 과연 맞냐는 것이다.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은 회사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별개의 견제, 감시기구다. 그러나 견제는 사외이사만의 역할은 아니다. 사내이사, 비상근이사, 감사위원회 등 모든 이사회의 구성이 제 기능을 하도록 이사회 전체 시스템이 상호보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이사회의 선임과정이 투명하게 유지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포스코홀딩스의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 부문 평가 등급은 A+다. 이번 세대교체에서 이사회 전문성 강화와 ESG 거버넌스 체계 확립 등에서 높은 점수를 가져갔어도 흔들면 흔들리는 지배구조를 보여줬다. 바람은 계속 분다. 장인화 회장 후보를 후추위 결정대로 유지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이번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다음 회장 선출 때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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