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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AI 장세 2막 ③신경제론 '총아'의 쇠퇴와 미완의 골드러시

기사입력 : 2024년04월05일 14:28

최종수정 : 2024년04월05일 14:54

'신경제론 총아' 시스코 쇠퇴, 결국 과잉 재고
유토피아 기대감의 '끝단', 당시 점유율 70%
'만들면 팔린다' 엔비디아 독주 상태 어디까지
"LLM 연산 일부, 부동소수점 아니어도 가능"
"GPU보다 단순화된 반도체에서도 계산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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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아직 기술 성숙도나 상용화 정도, 사회적 수용, 제도 등 모든 면에서 초기 단계의 평가를 받는 AI에 대해 벌써 관련 설비의 과잉 위험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의 논의이거나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 당장 공급 부족에 의해 긴축적으로 된 수급 상황이 얼마나 비대칭적인지 가늠하기가 힘들고 AI 보급 수준을 결정짓는 상기 요소들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예측하기가 어려워서다.

시스코 본사 [사진=블룸버그통신]

다만 고성능연산 반도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와 이에 따른 막대한 이익률을 누리며 AI 보급 여명기의 제왕적 존재로 대우받는 엔비디아에서 관련 위험을 짚어보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의미있는 일일 수 있다. 배 단위로 치솟은 주가 상승률 자체에서 AI 확산 기대감으로 비롯된 위험선호 심리가 극치로 향해가는 것으로 보여 이상과 현실의 갭은 없는지 '현실 점검'이 필요한 것은 물론 AI 산업의 일선에서 벌어질 변화상도 가늠해 볼 단초가 될 수 있어서다.

구태한 이야기지만 2000년 닷컴버블 당시의 시스코와 현재 엔비디아에는 몇 가지 유사점이 있다. 각사 모두 하드웨어(시스코는 스위치·라우터 등 네트워킹 장비, 엔비디아는 AI 연산용으로 쓰이는 GPU<화상처리장치>)를 취급한다는 점이고 두 기업 모두 당대 기술 변화상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시스코의 주가는 1995년 1월 2달러에서 2000년 3월 최고가인 79달러까지 5년 동안 3800% 넘게 뛰었다. 직후 버블이 꺼지면서 2002년 10월 8.12달러까지 90%나 폭락했다.

스위치·라우터는 당시 인터넷망 구축의 필수 장비로 여겨졌다. 관련 장비 없이는 데이터의 전송이나 네트워크 간의 연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시스코의 라우터와 스위치 시장 점유율은 약 70%였고 매출총이익률은 70%에 육박했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 시스코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약 78%였다. 미국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현재 AI 연산용 칩 점유율 80%, 매출총이익률 72%, 100%대 매출액 증가율, 시가총액 3위를 기록 중인 엔비디아와 닮았다.

시스코는 1990년대 당시 '신경제론'의 총아로도 지목되기도 했다. 신경제론은 기업들이 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확한 전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과 재고 누적에 따른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의 진폭이 작아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당시 신경제론자들은 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경기 변동의 진폭이 더 작아질 것이므로 미국 경제가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 장기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봤고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에는 시스코가 있다고 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이끈 유토피아적 기대감의 '끝단'에 올라선 것이다.

시스코가 쇠퇴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재고다. 당시 회사의 재고는 2001년 11월~2022년 1월의 분기 동안 25억달러로 증가해 당기 매출액(48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선 적이 있는데 그 뒤에도 재고가 매출의 50%에 육박하는 규모가 이어졌다. 네트워킹 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사들이 실제 필요량보다 2배, 3배가 넘는 주문을 내자 관련 상황을 처음 겪는 시스코가 이를 실수요로 오인하고 생산량을 크게 늘려 재고를 과도하게 쌓은 까닭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누적된 재고의 3분의 2가 폐기 처분 대상이 됐다. 당시 네트워킹 장비 산업은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등장한 시기였고 이에 따라 고객사의 요구 사항도 빠르게 바뀌는 때였다. 이 때문에 시스코가 미리 구매한 부품은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구식이 돼 대부분 폐기됐다. 시스코의 매출액은 2001년 11월~2002년 1월 당시부터 2002년 5~7월 분기까지 6개월 만에 40%가량 급감했다. 주식시장에서 시세가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재고 급증이 보고되기 8개월 전인 2001년 3월이다.

당대 시스코와 현재 엔비디아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AI 연산용 칩은 스위치나 라우터보다 제품 설계·제조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돼 경쟁사가 몇 안 되고 개발자 사이에서는 엔비디아의 GPU 사용을 유도하는 소프트웨어가 보급된 까닭에 전환 비용의 부담이 크다. 다만 AI 연산용 칩 독자 개발에 나서는 업체가 늘어나는 가운데 결국 경쟁품이 많아져 범용화하고 전환 비용도 낮아지면 결국 고가 제품 판매로 누려왔던 엔비디아의 프리미엄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핵심 아키텍처는 '트랜스포머'다. 트랜스포머는 부동 소수점 연산(실수<實數>를 표현하고 계산하는 방식으로 고정된 위치의 소수점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소수점 위치를 바꿔가며 정수와 소수를 구분해 연산 수행)이라는 것을 통해 이뤄지고 GPU는 이런 부동 소수점 연산에 최적화돼 있어 LLM 연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GPU 제품에 대해 회사의 판매 능력을 웃도는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만들면 팔리는' 독주 상태가 계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랜스포머의 일부 연산에 대해 부동 소수점 연산이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형태로 표현되는 정수 연산으로도 가능하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GPU보다 단순화된 반도체에서도 LLM 연산을 실현할 수도 있게 되고 GPU에 비해 낮은 전력으로도 높은 연산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에 전달되는 데이터양이 줄고 전송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 전체적으로 연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한다.

엔비디아나 AI 연산용 반도체가 종국에 과거 시스코와같이 '과잉'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아직 엔비디아는 주식시장에서 몸값을 불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로 수익을 낼 회사를 물색하는 움직임 활발하다고 해도 아직 AI라는 '금'을 캐는 회사보다 삽과 곡괭이 등 금을 캘 수 있는 하드웨어를 파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골드러시'의 움직임은 여전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는 902.5달러로 1년 사이 3.4배가 됐고 월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엔비디아의 목표가는 955.6달러(코이핀 집계 평균치)로 작년 말 대비 석 달 만에 47% 상향됐다.

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공동 창립자이자 '버블 연구가'로 알려진 제러미 그랜섬은 지난달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AI 연산용 GPU가 품귀 현상을 겪어 고가로 거래되는 데 대해 "골드러시로 삽을 파는 것과 같다"며 경종을 울렸다. 과거 골드러시가 준 교훈에 비춰보면 지금과 같은 엔비디아 주가 전개의 결말은 자명하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는 과거 미국 골드러시 현상의 발원지인 캘리포니아의 발전을 이끌었고 닷컴버블 붕괴 당시의 통신 인프라 투자는 현재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번영의 결과를 냈지만 말이다.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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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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