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독서 노트 엮은 '나는 읽고... ' 출판기념회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 그건 직무 유기죠"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 되는 건 아닙니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해야죠. 손흥민은 인품도 공 차는 것도 아직 월드클래스 되려면 멀었다"
손흥민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가장 무서운 코치 손웅정씨는 최근 출간된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에서 이 같이 썼다. SON축구아카데미의 감독이기도 한 그는 토트넘 캡틴 손흥민의 아버지다.
손웅정. [사진 = 손웅정축구아카데미] |
"발밑에는 축구공이 있고, 손끝에는 책이 있다"는 그가 독서와 축구로 가득한 자신의 일상을 엮은 것으로 지난 15년간 끄적인 여섯 권의 독서노트를 책으로 엮었다.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가진 출간 간담회에서 그는 "손흥민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비밀스러운 기록"이라며 밝혔다.
"애가 습관적으로 뭘 좀 잘못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어. 근데 친구끼리 그게 돼요? 아니 못 고쳐. 친구가 지적은 할 수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며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 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요, 그건 직무 유기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는 생각으로 자식들을 키웠다고 한다. "자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는 신념도 지녔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어떨 때 행복한지, 꿈은 무엇인지 늘 질문했다. 돌아오는 손흥민의 답변은 항상 같았다. "나는 축구하는 게 가장 행복해."
손흥민은 기본기를 익히는 데만 7년의 세월을 쏟아부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꼈을 법한데, 짜증 한 번 안 냈다고 한다. "짜증요? 흥민이가요? 아니 자기 꿈이 여기 있는데 무슨 짜증을 왜 내겠어요. 제가 무서워서 순순히 따랐는지도요(웃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하면 아주 매섭게 혼냈거든요"
손 감독이 자식에 대해, 교육관에 대해, 그처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많이 공부했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가 아닌,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통해서였다. 그는 책을 읽으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어떻게 살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고 한다.
손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 공부는 등한시했다. 자신을 틀에 집어넣으려는 학교 교육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 "학창 시절엔 반항아였다. 선생님들이 (나를) 틀에 넣으려고 해 자꾸 뛰쳐나가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대신 책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 읽었다고 했다. "그때도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 생각했어요.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독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책에 '진심'이었지만, 자식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진 않았다. 그저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한다. "저는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게으름, 부지런함, 청소하는 습관도 대물림한다고 생각해요.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에 선을 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도 (그런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나빠지는 건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 지도자 노릇을 해서입니다." 손 감독은 이날 책의 한 꼭지인 '코치'를 언급하며 이같이 꼬집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면서 "책 읽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한다. 공평하게 주어지는 24시간 중에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좋은 습관 형성에 시간을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