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정책 사흘 만에 철회-고령자 조건면허 與 재고 요청-공매도정책 엇박자
매일 정책 혼선과 엇박자…"與 특검법, 양곡법 국회 통과 막기도 버겁다"
"극단적 여소야대로 콘트롤타워 작동 안 해…마치 '레임덕 시즌" 같다"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당정협의 등을 건너뛰는 등 매번 섣부른 정책으로 지지층에게조차 점수를 잃는다면 차라리 새 정책을 내놓는 '현상 변경'을 당분간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특검법 국면을 방어하기에도 급급한 당 입장에선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의 말이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80개 품폭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이 사흘만에 철회된데 이어 고령자의 운전자 자격 제한, 공매도 재개 허용 등에 최근 나타난 정부의 정책 난맥상과 소관 부처간 엇박자에 대한 볼멘소리다.
그는 이같은 혼선의 중심에 대통령실, 국무조정실 등 정부내 '콘트롤 타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21대 국회에 이어 오는 30일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국면타개를 위해 내놓는 각종 정책들이 오히려 '악재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23 leehs@newspim.com |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21대 국회 마지막인 28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정부가 거부한 양곡관리법, 농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최소 수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되는 쟁점 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선 더욱 비상한 상황이다.
최근 불거진 정부 정책의 콘트롤타워 부재나 붕괴의 모습은 심각하다. 당장 지난 16일 발표하고 사흘만인 19일 부랴부랴 정책을 철회한 'KC마크 없는 제품 직구금지' 논란으로 시작해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주말 상황을 정리하면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월요일인 지난 20일 "앞으로 당정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당정협의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KC마크 논란에 따른 정책혼선에 대해 사과를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부처에 '당정협의 등 대국민의견 수렴강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당장 이날 오후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공동으로 고령자의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내놓았다. 조건부 면허제는 당정협의를 거치지 않은 정책사안이었다.
이에 다음날인 21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애초에 당에 보고가 되지 않았던 내용을 언론을 통해 범부처 종합대책으로 접한 데다 전국 500만 명에 달하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KC마크 논란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으나 뒷북이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주식 공매도 재개 허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이날 내달 공매도 재개 허용과 관련해 "특별히 바뀐 입장이 없다"면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IR)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금감원장의 이 발언으로 한때 시장이 들썩이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통령과 실세 금감원장의 입장이 이렇게 다르면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하나"며 불만의 소리가 나왔고 논란은 온라인상에서 23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치·정책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여소야대로 여당의 방어능력이 취약해지면서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등 정부 안팎으로 콘트롤타워와 여당과 대국회 역할 소통을 맡는 정무 부문에서 기강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마치 임기말의 '레임덕 시즌'과 비슷한 모습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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