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기소 위기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침묵 출석
李측 '김병량-KBS 야합 의혹' 반박 증언…"그런 적 없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02년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주범으로 몰아가기 위한 진술 회유나 종용은 없었다"는 당시 KBS 관계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 KBS의 야합이 있었다는 이 대표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KBS 기획제작국 국장으로 재직했던 A씨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6.10 leemario@newspim.com |
A씨는 기획제작국 산하 '추적60분' 팀 소속이었던 최철호 전 PD의 상급자로 최 전 PD가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사칭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검사 사칭 사건은 2002년 5월 10일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대표가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최 전 PD와 함께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원지검 검사를 사칭한 사건이다. 최 전 PD는 김 전 시장의 육성을 녹음한 뒤 '추적60분' 방송에 내보냈고 이 대표는 공무원자격사칭 등 혐의로 벌금 150만원, 최 전 PD는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A씨는 당시 최 전 PD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김 전 시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받았다고 해 법률자문을 거쳐 방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 전 PD가 직접 검사를 사칭해 녹음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방영을 허락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이 대표의 주장처럼 KBS와 김 전 시장이 이 대표를 검사 사칭의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 전 PD가 허위 자백을 하도록 한 것이었다면 최 전 PD가 범행을 인정한 2002년 6월 3일 직전 KBS 측으로부터 회유나 종용을 받았어야 한다"며 "증인은 당시 최 전 PD에게 '김 전 시장이 고소 취소를 약속했고 KBS는 경징계를 해주겠다. 그러니 이 대표를 주범인 것처럼 진술하라'고 회유나 종용하는 취지의 말을 하거나 전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KBS 내부에서는 최 전 PD가 구속되고 자체 진상조사를 하기 전까지 검사 사칭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 전 시장과 모종의 거래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거래가 있었다면 국장의 지위에서 모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KBS에서 최 전 PD에게 김 전 시장의 고소 취소를 약속해 줬다거나 경징계를 해 줄 테니 이 대표를 주범인 것처럼 진술하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도 "없다"고 했다.
당시 최 전 PD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다가 같은 해 6월 3일 이 대표와 공모해 검사를 사칭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초청 TV토론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제가 한 것이 아니라 PD가 사칭하는데 옆에서 인터뷰 중이어서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이 대표는 2019년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이 이 대표를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 전 PD에 대한 고소 취하를 약속해 주는 등 모종의 거래를 통해 최 전 PD가 허위진술을 했기 때문에 정치보복을 당해 억울한 누명을 입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가"라고 물었다.
A씨는 "이번에 알았다"며 이 대표의 야합 주장에 대해 재차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22~24일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 위기에 놓인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침묵을 유지했다.
이 대표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가 인정됐는데 여전히 상의 없이 진행됐다는 입장인가',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향후 특검법은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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