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나선다.
17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하원에서 가결된 '결혼평등법'이 이달 내 상원 표결에서 통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은 이미 하원에서 넘어온 법안 심의 과정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으며, 이르면 18일 통과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상원 통과 뒤에는 내각과 왕실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하며, 왕실 관보에 해당 법안이 게재되고 120일 뒤부터 정식 발효된다.
결혼평등법은 동성 간 결혼 허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의 '남녀', '남편과 아내'가 '두 개인', '배우자' 등 성 중립적 표현으로 바뀌었고, 18세 이상이 되면 성별과 관계 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녀 입양권, 배우자의 자산 관리 및 상속권 등 권리도 이성 부부와 동일하게 부여했다.
태국의 동성혼 합법화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처음이며, 아시아에서는 대만·네팔에 이어 세 번째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정부는 성소수자들에게 '태국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환영받는 곳'이라고 확인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에서 동성결혼 허용 법안은 2001년 최초 발의됐다. 푸라차이 피앙솜분 당시 내무장관이 "태국 사회에 적합한 것이 무엇이고 용인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며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했지만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와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해당 법안은 2019년 쁘라윳 잔오차 총리 집권 당시 재발의됐으나 지난해 5월 총선을 앞두고 의회가 해산하면서 폐기됐다.
이후 작년 12월 정부와 전진당(MFP), 민주당, 시민단체 등이 각각 발의한 결혼평등법을 하원이 올해 3월 통과시켰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동성 커플들이 혼인신고를 마치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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