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누리집 '도난 국가유산 정보' 올라
"2008년 개인이 일본 수집가에게 구입"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일본에서 약 197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혜원 신윤복(1758∼?)의 그림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와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1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신윤복의 '고사인물도'를 소장하고 있던 사단법인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2019년 12월에서 2020년 1월쯤 신윤복의 고사인물도를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서울 종로구청에 신고했다.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혜원 신윤복의 '고사인물도'. 2024.6.18 [사진=국가유산청] |
고사인물도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얽힌 일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조선 후기의 대표 풍속화가였던 신윤복이 그린 이 그림은 1811년 마지막 조선통신사 파견 때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 놓아주고는 심복으로 만들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를 다룬 그림으로, 119.5x43㎝ 크기의 그림 우측 상단에 '조선국의 혜원이 그리다'는 묵서가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 그림에 대해 "신윤복이 1811년에 그린 그림으로 2008년에 개인이 일본의 수집가에게 구입해 일본에서 국내로 197년 만에 돌아왔다"며 "이 그림은 신윤복이 그리고, 마지막 조선통신사 파견 때 일본으로 가져갔다는 내용 등을 정확히 알 수 있어 가치가 매우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전시에서 이 그림을 선보인 바 있다.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그림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후 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가 없어 도난 의심자에게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소를 취하했다.
그러다 지난달 17일 국가유산청 출범식에 국가유산청 관계자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고, 국가유산청은 도난유산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종로구청)에 신고하면 국가유산청 누리집 내 '도난 국가유산 정보'에 게재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최소한 불법 거래는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이후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유산청에 "족자 형태의 그림을 말아서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해왔는데 2020년 1월 사무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장품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신고했다.
신윤복의 '고사인물도'가 사라진 후 4년이 지나서야 '도난 국가유산' 목록에 오른 이유다.
국가유산청은 고미술업계 등 주요 시장 거래를 확인하는 한편, 제보를 통해 그림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할 방침이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