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폐기된 'K칩스법'보다 파격적 세제 지원과 특별법 제정까지 발의
"글로벌 경쟁 반도체산업 살릴 지원 더 늦어지면 안돼" 국민 여론 반영돼
대기업 지원 형평·세수 결손 문제 등 당내 반발 기류가 걸림돌 될 수 있어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5선 중진인 김태년 의원이 25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국가적 차원의 반도체 비전 설계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 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일명 K칩스법)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중량급 인사가 한 제안이기 때문에 올해 국회를 통과해 입법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2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환영하며 건설적인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04.17 leehs@newspim.com |
김 의원이 내주 초 발의하는 법안은 조특법상 올해 말로 일몰되는 반도체를 비롯한 2차 전지, 디스플레이, 수소, 자율주행자동차 등 국가 전략산업의 세제 지원을 일괄적으로 10년 늦추고 반도체는 특히 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5%, 중소기업 35%로 10%포인트 상향하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대기업 40%, 중소기업 50%로 10%포인트씩 올린다는 내용이 주로 담긴다.
반도체특별법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도체 지원 의무화를 목적으로 ▲5년 단위의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 수립 ▲전력,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과 의료, 교육, 주택 등 편의시설의 직접 설치와 비용 의무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또는 우선 선정, 인허가 신속처리에 대한 특례 등이 담긴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출신(CEO)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불과 일주일 전 내놓은 법안과 비교하면 생산시설에 대한 보조금을 직접적 보조금으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다.
법안은 또 반도체 관련 모든 부처의 장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반도체 업계와 학계까지 모두 포함하는 국가위원회 설치, 반도체 특구를 지원하는 인접 지역과 주민을 위한 이익 공유의 틀 제도화 등의 내용도 포함된다.
김 의원은 또 국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안은 또 반도체 기금 조성과 특별회계를 통해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민주당이 그동안 난색을 표명했던 대기업 지원 부문과 국가 재정(세수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파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파격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지난달 30일 임기가 만료된 21대 국회 막판 민주당이 주도한 특검법 국면에서 K칩스법(조특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에 15%, 중소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과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2024년에서 2030년으로 6년 더 연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의 법안 보다 훨씬 더 약한 지원 내용임에도 정쟁에 묻혀 폐기됐다.
김 의원은 여기다 이 과정에서 21대 막판 여야 합의를 하고도 정치 논란과 국회일정을 맞추지 못해 본회의 통과 하지 못한 전력망특별법도 "속도전인 반도체 전쟁에서 송전선로는 보급로다"며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한달도 안돼 민주당내 중진 인사가 반도체 지원법을 다시 발의하고 연내 국회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보다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반도체 지원법의 제·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K칩스법, 전력망특별법 등은 경제를 살릴 민생법안 인데도 21대 국회가 정쟁에 매몰되면서 폐기된 대표 법안으로 여론에서 지목되기도 했다.
여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과 경쟁하는 미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EU) 등이 국가차원의 반도체 총력 지원경쟁을 하고 있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자국 반도체기업인 인텔에 대해 195억달러, 약 26조원의 막대한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의 2배 이상이었으며 지난 2022년 제정된 미국 '반도체법'에서 밝힌 527억달러의 총 지원규모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18조원의 1차 지원금에 더해 추가 지원금을 준비중이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가 반도체 매출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5조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62조원의 민관자금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기존 63조 원의 국가 펀드에 더해 36조 원의 반도체 '빅 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인도는 13조 원의 보조금을 마련해 자국에 짓는 반도체 공장 건설비를 최대 70%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김 의원이 제안한 반도체 지원법에도 관련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경쟁상대(기업)들은 수백억달러의 국가 보조금을 직접 지원받는데 우리는 투자금의 세액을 일부 공제해주는 정도"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할 법안의 입법화에는 넘어야 할 산들은 많다. 당론 발의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대기업과 산업지원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법인세 감소 등 세수 결손 우려 등 당내 반발 논리를 우선 넘어야 한다.
최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에서 나타난 민주당, 특히 당 지도부내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 등에 비춰 볼 때 김 의원의 반도체 지원법이 당론으로 채택될 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특히 민주당 내 당론이다시피 주장하는 '부자 대기업 감세-세수 결손 발생' 논리에 어떤 예외를 적용해야 하는지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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