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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업 규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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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주기 대폭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 아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유통업계 전체 업황 악화시키면 안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유통업계가 '감시와 처벌' 중심에 서 있다. 선두에 나서 칼을 휘두르는 주체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다. 하루 사이 무신사, 롯데마트 등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는데, 다른 유통사에도 추가적인 조사가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티메프 사태는 큐텐그룹의 사업 전략 실패의 산물이다. 그러나 엮인 이해관계가 많아 한 기업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위는 사태를 '규제'로 표하는 모양새다. 사태 이후 큐텐 계열사의 심각한 자본 상황이 대두됐고, 동시에 공정위도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사태가 이 모양이 될 때까지 뭘 했나'에 대한 대답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의 사과로 대체됐고, 이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조민교 산업부 기자

큰 피해를 입혀 놓고 '미안하다'로 대체할 수는 없는 법. 공정위가 내놓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가에 사과의 무게가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그 무게는 그리 중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커머스 정산 주기를 대규모 유통업자보다 짧게 설정한 '단축 정산 기한 규정'을 도입하거나 판매 대금을 제3 금융회사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법제화를 계획 중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이유에 티몬의 긴 정산 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판매 대금을 정산 마감 기간 동안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사용해 사태가 초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산 주기를 대폭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미 티몬을 제외한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시기는 빠른 편이며 이번 규제로 오히려 신규·중소 플랫폼의 현금 유동성이 악화돼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역효과도 날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플랫폼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제3 금융회사를 대금 정산 과정에 투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업체별 운영 방식이 상이한데 묶음 규제를 실시하는 것도 문제다. 이커머스도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직매입', '위수탁', '중개(오픈마켓)'으로 나뉜다. 소비자, 판매자를 단순 대행하는 '오픈마켓' 판매 형식을 갖춘 티몬과 달리 컬리, 쿠팡 등은 직매입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미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법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초기투자엑셀러레이터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이 참여한 혁신벤처단체협의회(혁단협)는 "이번 티메프 사태의 본질과는 관련 없는 과도하고 획일적인 규제 도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국내 플랫폼과 글로벌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의 결과이고, 시장 경쟁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산업 정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유통 업계 유동성 이슈는 부각됐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경쟁은 심해지며 투자 유치는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 플랫폼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최근 오픈마켓 알렛츠는 중간 정산일에 맞춰 영업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추가적인 셀러 미지급 피해도 양산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사태를 초래한 주체로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어려운 업황 속 사업을 이어가는 업계를 찍어 누르는 것은 보여주기식 사과밖에 되지 않는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유통업계 전체 업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교각살우(쇠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잡는다)와 다름 없다. 업계, 전문가들과의 논의가 진정한 사과를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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