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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갑을관계 바뀐 서울시와 조합...공공기여 없이는 재건축도 없어야

기사입력 : 2024년09월02일 17:47

최종수정 : 2024년09월03일 11:28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최근 서울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는 말 그대로 주민 친화적인 단지로 꾸며진다. '지역 커뮤니티 시설', '공공보행로', '한강공원 방문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 불과 몇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설이 가득하다. 재건축·재개발사업 과정에서 건축 조건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공공기여나 기부채납으로 지역 주민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시설이 대거 조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실제 단지 거주자 외 지역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아파트 주민들이 문을 걸어잠가서다.

이동훈 건설부동산부장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정부나 서울시의 노력이 눈물겹다. 서울시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더 늘리려는 목적에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끌어올려주고 한강변이나 주요 역세권엔 층수제한도 기존 35층에서 무제한으로 풀어놓은 상태다. 이에 강남권과 마·용·성 일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너도나도 50층 이상 재건축을 선언하며 서울시에 많은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다.

빈 땅이 없는 서울시내에선 재건축·재개발이 유일한 주택 공급 수단인데다 최근 주택공급 확대가 '절대 선'이 된 상황이 맞물리면서 재건축 사업자인 조합과 승인권자인 서울시의 '갑을 관계'가 미묘하게 바뀐 듯한 기분이 든다.

5년 전 박원순 시장 시절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사업 인허가 협의 자체를 하지 않고 뭉개며 한 재개발 추진 구역에는 역사문화 공간을 지정하며 '공공 알박기'를 했던 서울시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일단 전제할 것은 재건축 사업은 공익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새 집을 짓는 과정에서 늘어난 주택을 일반에 팔아 그 차익으로 조합이 낸 공사비 즉 분담금을 충당하는 사적 사업이다. 그리고 재건축 후 집값 상승은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다. 늘어난 주택은 결국 조합원의 사익에 사용되는 것이며 주택공급이 발생했다 해서 그것이 공익은 아니다.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나 조합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가장 즐겨사용하는 구호가 '내 재산 내가 지킨다'다. 이처럼 재건축은 개인 재산 증식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조합원들이 자기 재산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건축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사장 소음과 먼지, 교통 체증 그리고 입주 후 조망권, 일조권 침해를 다른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재건축이 공익성을 띠려면, 그래서 단지 이웃 주민들도 불편함을 감내하는 명분을 주려면 공공기여와 기부채납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주택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재취임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빠른 재건축 인허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원, 도로, 학교 이외에 재건축 단지에 용적률 인센티브와 층수 완화 등을 제공하는 대신 지역 커뮤니티, 공공보행통로와 같은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 시행자인 조합과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공공기여지만 정작 아파트 입주 이후엔 달라진다. 주민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단지 외부인의 이용이 '엄금'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재건축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복지시설인 데이케어센터 도입을 요구했다가 조합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신 유치원과 같은 시설 입지를 요구하고 있다. 초고령화시대가 눈 앞인 지금 데이케어센터가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50층 재건축, 용적률 1.2배 등의 인센티브는 고스란히 챙기면서 공공기여는 조합이 원하는 것만 수용하겠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서울시의 '스탠스'도 문제다. 서울시는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여를 늘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울시정사에서 주택 재건축을 위해 용도지역을 상향해준 사실은 없다. 이 금기가 오세훈 시장 들어서 깨지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도지역까지 상향해주는 친절행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서울시의 저자세는 신속통합기획 규정에 어긋나는 설계안은 무효라는 시의 경고에도 주민들이 해당 설계안을 선택하는 결과를 불렀다. 재건축 사업자와 인허가권자의 갑을관계를 뒤바꿔놓은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공익, 사익을 떠나 재건축·재개발은 노후 주거지 재정비라는 도시계획의 일환이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과거 박원순 시장 때처럼 강남권 재건축 불가란 원칙 아래 인허가 자체를 뭉개는 불통 행정이 돼서는 안되겠지만 재건축 조합의 몽니를 들어주는 인허가권자가 돼서도 안된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겠다는데 공공이 협조해줄 이유는 없다. 아무리 현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의 목표인 주택공급 확대에 기여한다고 해도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일반분양 때마다 역대 최고 분양가가 갱신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들이 요구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명분을 상실했다. 

그리고 이들 재건축 사업자들이 실제로 재건축을 해 주택 공급 확대에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좋은 조건의 재건축 계획을 확정해 집값을 올리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다. 이는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모아주택사업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과도한 인센티브 제공과 공공기여 축소는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의 이익을 반영하기 어렵고 단지 조합원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재건축을 공공이, 이웃주민들이 지원해줄 이유는 없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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