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폐업한 종합건설사 357곳...경기부진, 도산 등 이유
부도 난 건설사도 24곳으로 작년 21곳 이미 넘어서
지방 미분양 확산, SOC 예산 감축 등 내년도 어려워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건설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폐업하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다. 주택 미분양이 증가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확산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증가로 건설사들이 원가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도 연간 영업이익률이 3~4%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부실 사업장이 늘고 있어 폐업 또는 부도로 내몰리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전국 357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294곳 대비 21.4% 증가한 수치다.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사업 포기', '건설업 경기 부진', '사업 도산'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건설업황이 부진한 데다 향후 개선 기대감이 하락하면서 기업 운영을 유지하기보다는 폐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반조성과 실내건축, 조경식재 등 전문건설사를 포함하면 폐업 수는 더 늘어난다. 올 들어 최근 1년새 1536곳이 문을 닫았다. 이는 전년 1427곳 대비 7.6% 증가한 규모다.
올해 들어 폐업뿐 아니라 부도가 난 건설사도 적지 않다. 종합건설사 8곳, 전문건설사 16곳 등 총 24곳이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부도가 발생했다. 이 중 20곳이 지방 건설사로,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21곳)를 뛰어넘었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5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 3곳 ▲광주‧전남‧경북‧경남 2곳 ▲서울‧대구‧울산‧강원‧충남‧전북‧제주 1곳 등이 뒤를 이었다.
건설사가 기업 경영에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사업 부진이다. 대형건설사 일부는 해외시장 및 신사업 등으로 매출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중견 및 지방 건설사는 주요 매출원이 주택사업과 SOC(사회기반시설)이다. SOC 예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택사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기업의 자금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1만6461가구로 7월보다 2.6%(423가구) 늘었다. 1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2020년 9월에 기록한 1만6883가구 이후 최대치다. 사업자는 주택 계약자로부터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아 공사비를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공사비 회수는커녕 금융조달 비용, 마케팅비용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나고 부실 가능성은 더 커진다. 미분양 확산은 PF 부실과도 연결된다.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한 PF 사업은 대출자금의 조기 상환 및 대출이자 상승에 직면한다. 고금리 상황에서 연 10% 안팎의 대출이자 비용을 감당하기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난 것도 중소, 지방 건설사에 부담이다. 분양 실적이 부진한 데다 공사원가 상승분을 온전히 분양가에 전가하기 어렵다 보니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대형 건설사도 매출액 대비 5%대 이익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이 현대건설 2.0%, GS건설 2.8%, DL이앤씨 3.7% 수준이다. 가격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견 건설사 한 임원은 "지방 주택 미분양 확산과 고금리, 원가율 상승 등으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지방 건설사가 적지 않다"며 "내년 SOC 예산이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으로 편성돼 일감 확보를 우려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