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필립스경매서 이목하 인물화 3억원에 팔려
추정가2배에 낙찰,4년전 400만원에 팔렸던그림
28세 이목하,34세 갤러리스트 함윤철에 미래 있어
28세 한국 여성미술가의 쾌거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반갑고 기뻤다. 이목하 작가의 'I'm not like me'(2020, 122x117.5cm)라는 작품이 165만1000홍콩달러(한화 약3억원)에 팔렸다. 지난 25일 저녁, 홍콩 필립스 경매장에서의 일이다. 이목하는 28세의 한국 여성작가다. 이 작가를 내세운 '제이슨함 갤러리'의 함윤철(제이슨 함)대표는 34세다. 이 작품은 4년 전 한 작은 화랑의 전시에서 약 4백만원에 팔렸었다. 4년 전에 비해 80배 가량 오른 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지난 25일 홍콩 필립스 경매에서 열린 이브닝세일에서 추정가의 2배가 넘는 3억원에 팔린 이목하의 작품 'I'm not like me'.인스타그램 속 익명의 인물을 특유의 톤으로 그린 인물화다. 2024.11.27 art29@newspim.com |
살아있는, 한 유명 원로작가의 위작들이 오랜 기간 미술계를 어지럽히고 있어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어도, 속수무책인 나라에서, '아트 테크'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을 내세운 미술품 사기 테크닉으로 미술계가 중병을 앓는 나라에서, 이들이 이룩한 쾌거는 '희망은 젊은이들에게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여러 문제로 미술계가 수렁에 빠져 신음하는데 어른들은 머리를 맞대고 제도와 법이라는 도구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기득권을 가진 미술계 어른들의 '상식과 양식'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는 진실은 그들도 알고 있을 터이다. 그들이 대오각성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미술계의 영원한 암 덩어리로 남을 것이다.
이목하의 작품은 필립스가 25점의 정예 작품으로 치른 '이브닝 세일'의 유일한 한국 작가였다. 경매회사의 이브닝 세일은 가장 핫한 블루칩 작가들로 구성된다. 이번에는 산위(창위 Sanyu), 요시토모 나라, 야요이 쿠사마, 니콜라스 파티 등이 올라왔다. 한국의 잘 나간다는 어른 작가들은 모두 다음날의 '데이 세일'로 밀렸다. 이건 필립스의 판단과 선택이다. 이목하를 주목한 것은 아트 바젤, 아트시, 영국 갤러리, 그리고 필립스옥션이다.
이목하의 작품은 인스타그램 속 사진을 보고 그린, 작가의 동년배쯤으로 보이는 익명의 여성 초상화(인물화)다. 인물화가 안 팔리는, 그래서 모든 예술,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대상인 인간을 그린 그림이 드문 우리나라에서 세계가 이 그림을 선택했다는 것은 놀랍고도 부끄럽다.
이번 쾌거는 우리 미술계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강요할 것이다. 미술계 인사라면 모두 알다시피 우리 미술계는 세계의 중심과는 거리가 먼 갈라파고스 섬이다.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갤러리들은 노회하고, 그들이 내세워 돈벌이를 하는 작가들은 대개 과거지향적, 퇴영적이며 위작, 사기 사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각성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행히도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이 미술계에서도 젊은 작가, 갤러리스트들이 그늘에서도 무럭무럭 잘 커가고 있다. 세계는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작가에 대한 평가에 나이와 출신을 묻는데 세계 미술계는 오로지 작품을 본다. 지금 세계 미술계는 20~30대의 시대다. 그들의 작품 한 점이 60억~70억원에도 팔린다. 그래서 그들을 'Ultra Contemporary(초현대 미술)' 작가라고 부른다.
이목하의 작품이 3억원에 팔린 것을 자랑해야 하는 한국 미술의 현실은 슬프다. 하지만 미술계에서 이 쾌거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만큼이나 기뻐해야할 일이다. 이번 일은 K-art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목하, 함윤철에게 그리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필립스 경매장에서 이목하 작품의 낙찰과 더불어 울려 퍼진 우렁찬 박수는 여러분들을 향한 것이다.
글=김순응(미술시장전문가/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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