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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민의 리뉴얼리즘] 규제 풀린 재건축, 최대 걸림돌은 주민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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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별로 세대별 갈등…노령층 "오랜 사업기간에 필요성 못 느껴"
"재건축 추진 단계 지날수록 주민 동의율 높아져…이주대책·비용분담 중요"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사업 이제 시작하면 아무리 짧아도 입주까지 10년은 걸릴거고, 돈도 돈이지만 철거~공사까지 4년은 나가서 살아야되는데 내가 얼마나 더 살거라고 재건축을 하나요? 집값 오른다지만 그거야 자식만 좋은 일이니 재건축 안해도 상관 없어요" 재정비 선도지구로 지정된 평촌 신도시에 30년째 살고 있는 70대 집주인의 이야기다. 

#"노인 거주자들이 문제에요. 빌라는 천지개벽을 해도 집값이 안올라요. 재개발을 해야하는데 우리 빌라촌에 살고 있는 노인층들이 반대해서 동의율이 안나오네요. 아파트값과 빌라값이 천지차로 벌어져서 재개발 안하면 우린 평생 아파트에 살 수 없을텐데요" 강서구 화곡동의 노후 빌라에 살고 있는 40대 집주인의 이야기다.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비롯해 사업 기간을 축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또다른 변수가 생겼다. 주민들간의 입장차다.

젊은층의 경우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이미 은퇴한 노령층은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있는 것은 물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뒤따르는 불편함들을 감수해야 할 정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재건축 사업에도 상당수의 노령층의 참여가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해 비용 분담이나 이주대책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노령층이 많이 포진돼 있는 단지들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추진시 주민들간 입장차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사업 기간을 축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민들간 여전한 입장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재건축 단지별로 세대별 갈등…노령층 "오랜 사업기간에 필요성 못 느껴"

재건축은 오래 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주택을 철거하고 새 주택을 짓기 위헤 기존 주택의 소유자가 재건축 조합을 설립해 자율적으로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과거 1970~199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30년)이 도래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비몽땅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총 997곳이다. 영등포가 123곳으로 가장 많고 성북구가(71건), 서초구(66건), 송파구(53건), 동작구(49건), 동작구(49건) 등 순이다.

정부 역시 재건축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또는 도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은 '안전진단' 명칭을 '재건축진단'으로 바꾸고 재건축진단 실시 기한을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으로 늦춰 추진 속도를 높인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는 재건축 사업 착수 전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개정안은 착수 전 안전진단을 받지 않더라도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 구성, 조합설립인가 등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주민간 입장차는 여전하다. 아파트의 경우 규모에 따라 소유주들이 적게는 100~200명, 많게는 1000명 이상이다. 주민들이 주체가 돼 진행이 되다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조율할 필요가 있지만 연령층이 다양한 만큼 서로의 입장차도 있다.

젊은층의 경우 오히려 재건축을 위해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를 매수하고 예상 분담금이 어느정도 되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등 계획을 세우는 반면 일부 노령층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단지에서 진행된 재건축 사업 주민설명회에선 정부의 규제 완화로 사업기간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최소 10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에 일부 주민들은 귀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해당 단지 주민 김모(78) 씨는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이면 새 집에 들어가보지도 못하는데 할 필요가 있나 잘 모르겠다"면서 "철거 전에 다른곳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돌아와야 되는 것도 번거롭다"고 말했다.

◆ "재건축 추진 단계 지날수록 주민 동의율 높아져…이주대책·비용분담 중요"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있지만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높아진 분담금도 노령층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미 은퇴하고 경제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을 받는다 해도 상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를 다니는게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힘든 노령층의 경우에는 본인의 생활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거주자의 재력에 따라 재건축 의지도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재력이 있는 집주인은 연령대와 큰 상관없이 재건축을 선호하는 반면 보유 재산이 많지 않은 집주인은 재건축에 소극적이다. 실제 강남·서초구의 경우 분담금이 많은 중층재건축도 높은 동의율을 보이며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재력이 떨어지는 여의도나 노원구 등은 주민들의 재건축 열의가 높지 않아 대부분의 단지가 지지부진한 추진을 보이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선정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도 분당을 제외하곤 빠른 진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분당 그리고 평촌의 일부만 재건축 열의가 있다고 보며 일산 등은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도시 단지 가운데 노후화가 심각한 중소형 분양전환 단지들은 대부분 선도지구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선정에서 탈락하고 상대적으로 주거여건이 좋은 중대형 단지들이 높은 동의율을 보이며 선도지구를 싹쓸이한 상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0~20년 거주한 사람들의 경우 이미 생활반경이 형성돼 있고 병원도 다니고 단지 내 지인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노령층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환경에서 멀지 않은 곳들로 옮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령층 비중이 큰 단지의 경우 미래의 거주환경 변화와 자산의 불확실성 등이 있다보니 찬성률이나 동의율 부분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이주대책이나 비용분담에 대한 부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조합설립인가 요건이 주민동의율 70% 이상인 만큼 노령층이 많이 포진돼 있는 단지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좌초될 우려가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재건축 조합 설립시 필요한 주민 동의율 요건을 75%에서 70%로 낮추는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 75% 였던 동의율 요건이 5%포인트 줄어든 것이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의 경우 주민들이 주체가 돼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동의율이 중요하다"면서 "재건축 초기 단계인 안전진단부터 갈수록 동의율 요건이 높아지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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