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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외교 결산] 한계 드러내다 스스로 손발 묶은 윤석열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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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주도 '이념 외교'...안보 환경 악화
남북 관계, 중국·러시아 외교 입지 축소
한·일 갈등 미봉 후유증에 한미일 협력도 '흔들'
계엄선포로 외교적 자폭...외교 위기 '화룡점정'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2024년 한국 외교에서 가장 큰 충격은 '12·3 불법 계엄 사태'다. 미·중 전략경쟁 가속화 속에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 관계를 부활시켜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 정세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빠진 시점에 한국 외교는 멈춰섰다.

2024년은 '가치 외교'의 기치 아래 한·미 동맹 강화에 매달려온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외교로 인한 '반작용'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해다. 윤석열 정부는 해결해야 할 외교적 과제가 산적한 상태에서 불법적 계엄 선포로 자폭하듯 파국을 맞았다. 한국은 외교가 가장 중요해진 시점에 손발이 묶인 채로 '골든 타임'을 소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뉴스핌] 신원식 국방부 장관, 로이드 J.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성 대신이 지난 7월 28일 일본에서 개최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2024.07.28

◆대통령실이 주도한 '이념 외교'

지난해 12월 말 외교부 장관에 내정된 조태열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관계도 한·미 동맹 못지 않게 중요하다"면서 "(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평소 주관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가 장관 내정 일성으로 한·중 관계를 언급한 것은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현재의 한·중 관계에 대해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을 복원하는데 매진하다 생긴 현상"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데 중점을 둘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이 발언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조 내정자가 임명권자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설이 돌았고 미국도 즉각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외교부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조 내정자의 출·퇴근길 도어스테핑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조태열호 외교부'가 순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조 장관 취임 이후 외교·안보는 용산 대통령실이 주도했다. 한반도 문제와 주변 4강 국가와의 외교·안보 전략은 국가안보실에서 결정됐다. 안보실이 북핵 문제, 한·미 확장억제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중국·러시아 관계 등을 주도하는 동안 외교부는 '하명을 받아 움직이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다.

한·일 갈등 해소를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빠른 속도를 내고 그에 대한 반적용으로 남북관계와 중국·러시아 외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윤 대통령과 '외교 실세'인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주도한 정책의 결과였다. 국익 중심의 외교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내세운 이념적 외교가 낳은 결과물인 셈이다.

지난 7월 28일 한·미·일 국방부 장관이 일본 도쿄에서 체결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MOC)'는 3국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최초의 문서다. 3국 국방당국 간 안보 협력의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는 이 문서는 ▲고위급 정책협의 ▲정보 공유 ▲3자 훈련 ▲국방교류협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열흘 만에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를 현실화한 결과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걸림돌이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국민적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고 이를 바탕으로 2023년 8월 한·미·일 안보협력의 원칙과 방향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선언'을 한 뒤 실질적인 행동 지침인 이 문서를 완성하기까지 불과 1년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국이 10년 이상 간절히 원했으나 이루지 못한 소원을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 여 만에 뚝딱 해결하자 미국에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는 말까지 나왔다.

◆한·미·일 안보협력 '과속'의 반작용

한·미·일 군사협력은 미국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제도화됐으나 이 같은 '과속'은 남북 관계와 중국, 러시아 외교에서 만만치 않은 반작용을 불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 부활이다. 북·러는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어느 한 나라가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군사동맹 조약이다.

북·러의 밀착은 2023년 8월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불과 한 달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크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북·러는 군사·경제·민간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다 결국 10개월 만에 군사동맹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다시 4개월 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1만2천명의 특수부대를 파병했다.

북한의 파병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안보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국제적 사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가 연계되면서 안보 지형이 순식간에 급변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른 '단계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살상용 무기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은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결을 내세운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고 국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는 수면 하로 잠복한 상태지만 한국에게는 매우 어렵고 복잡한 외교·안보적 과제가 남아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대가로 받을 첨단 군사기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러시아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러 관계도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 들었다.

◆불안한 한·일 관계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최고의 외교적 업적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한 것이다. 이는 한·일 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한·일 관계의 최대 갈등 요소였던 일본기업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에 손을 댔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미·일 협력이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의 모든 갈등의 원천이나 마찬가지인 이 문제를 인내심 있게 해결하지 않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잘라냈다.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은 피해자와 국민적 동의를 완전히 얻지 못한데다 법적·역사적으로 충족해야 할 요소를 갖추지 못한 채 우격다짐으로 시행됐다. 그 부작용은 올해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속속 이어졌지만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할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재원이 고갈됐다. 일본이 호응하지 않았고 국내 기업도 법적 문제와 여론 때문에 기부금을 내지 않아 재원을 확충할 방안이 없었다. 제3자 변제 해법은 추진 1년 만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빅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지난 11월 25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한국 정부 주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4.11.25

가뜩이나 허약한 한·일 관계의 기초를 흔든 사건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모든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사도광산 인근 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과 관련된 전시실을 마련하고,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개최한다는 약속을 받고 등재에 동의했다.

그러나 합의 직후 마련된 전시관에는 조선인이 강제노역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지난달 희생자 추도식도 강제노역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이 마치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결국 외교부는 추도식 불참을 결정하고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근처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함께 별도의 추모 행사를 가졌다.

조태열 장관은 합의 직후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추도식 이후 정부가 일본과 협상을 통해 얻어냈다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성과 2가지가 모두 사라지고 일본과의 합의가 '외교적 참사'로 끝난 것이 명확해지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국민적 동의를 거치지 않고 갈등을 급히 봉합한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 제도화가 부실한 기초 위에 지어진 고층건물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부의 최대 외교업적은 사상누각이 됐다. 또한 3국 협력을 주도한 일본·미국의 정권이 교체되고 한국도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져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차기 정부 막대한 외교 부담 불가피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는 동맹 관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현으로 중요한 기반을 잃게 됐다. 내년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으로 한국 외교가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터진 '12·3 불법 계엄 선포'는 외교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마저도 막아버렸다.

계엄 선포는 조태열이 장관이 지적한대로 '한국이 70년 동안 쌓아온 성취'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주요7개국(G7) 확대 가입국 물망에 있었던 한국의 국제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또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현으로 세계 안보·경제 질서 급변이 예상되는 시대적 변곡점을 '권한대행 체제'의 외교로 맞게 됐다.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분주한 외교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은 국정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적극적 외교를 펼치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이어갈 수도 없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수도 없어 국제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외교는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감수한 채 새로운 출발점에 서야 하는 상황이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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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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