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은행 주가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치솟던 금리가 올 들어 본격적인 인하 궤도에 들어서면서 은행의 수익성 하락, 은행주 추락 등이 예상됐지만 이런 우려를 모두 털어낸 것이다.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유니크레딧 지점 앞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유로존 대형 은행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유로스톡스(Euro Stoxx) 은행지수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42 이상에서 연말 종가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0% 이상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지난 3년 동안 유로존 대형 은행의 수익은 금리 상승으로 크게 늘었다"면서 "올 들어 각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에 대한 압박 우려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2일 개장 때 118.62로 시작한 유로스톡스 은행지수는 지난 27일 144.8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이 지수는 145.32를 기록하고 있다. 연중 상승률 22.5%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키프·브루엣&우즈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스팀슨은 "유럽 은행들은 올해 또 한 번 좋은 한 해를 보냈다"면서 "시장은 금리 하락의 영향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에 떨었다"고 말했다.
유로존 은행 중 가장 실적이 좋았던 은행은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으로 주가가 50% 이상 상승했고, 이탈리아의 인테사 산파올로는 40% 이상,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30% 이상 주가가 올랐다. 반면 BNP파리바는 주가가 8% 이상 하락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이 같은 유로존 은행주의 성취는 이자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파생상품과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등으로 높은 수익성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분석가들에 따르면 유로존 대형 은행들의 올해 자기자본수익률은 평균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 확대도 주가를 떠받치는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스팀슨 애널리스트는 "올해 유럽 대형 은행들은 약 450억 유로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고 190억 유로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했다"면서 "내년 초에 지급될 최종 배당금은 약 69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은행장들은 유럽 전역의 배당 금지와 횡재 세금에 겁을 먹은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기록적인 수준의 이익을 돌려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 은행들은 내년 금리가 더 떨어지고 유럽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용 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모색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니크레딧은 지난달 국내 라이벌인 방코BPM에 인수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지만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을 대량 지분을 확보했다. 스페인의 BBVA도 사바델에 대한 적대적 입찰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