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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천둥같은 목소리로 전하는 깊은 사랑과 위로, '시라노'

기사입력 : 2025년01월03일 15:03

최종수정 : 2025년01월03일 15:27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외모만 빼고 완벽한 남자, 시라노가 돌아왔다.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모든 걸 바치는 세상에 없는 로맨스와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적과 맞서는 위대한 제 2의 돈키호테 스토리가 펼쳐진다.

류정한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뮤지컬 '시라노'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시즌 새로운 시라노로 최재림, 고은성이 합류하고 재연 멤버 조형균이 돌아왔다. 시라노의 운명같은 여인 록산 역에는 나하나, 이지수, 김수연 록산이 사랑하는 남자 크리스티앙 역에는 임준혁, 차윤해가 출연 중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5.01.03 jyyang@newspim.com

17세기 중엽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시라노'는 펜과 칼이 곧 최고의 무기였던 시대, 모든 것을 갖췄지만 큰 코 때문에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시라노의 이야기를 담는다. 엇갈리는 삼각 애정관계를 통해 가슴 절절한 로맨스적 상황을 더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도 곁들였다. 마치 시라노가 지은 시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랑 노래가 극장에 가득하다.

◆ "록산을 위해서라면!"…모두를 울리는 시라노의 사랑법

재치있고 훌륭한 시로 귀족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100명의 적이 몰려와도 능히 이겨낼 검술을 갖춘 시라노는 당대 최고의 유명인사이자 정의로운 남자다. 하지만 커다란 코가 콤플렉스인 탓에 어릴 적부터 사랑했던 록산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록산이 첫 눈에 반한 미남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기다리자, 시라노는 말솜씨와 글이 부족한 그를 대신해 매일 밤 사랑의 편지를 보낸다.

시라노 역으로 새로이 합류한 고은성은 숱한 대극장 주연을 맡으며 갈고닦은 연륜을 마음껏 뽐낸다. 마치 천둥소리 처럼 단단한 목소리와 웅장한 성량으로 시라노의 넘치는 기백과 순정을 노래한다. 대표 넘버 '거인을 데려와'에서 울림이 가득한 목소리로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용기를 전해주고, '만약 내가 말할 수 있다면'에서는 그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비애스러운 진심을 가득 살린다. 록산과 어릴 적부터 쌓아온 깊은 관계성도 고은성의 노래와 연기로 무대 위에 피어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5.01.03 jyyang@newspim.com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5.01.03 jyyang@newspim.com

록산 역의 이지수는 자칫 얄미워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관객들도 매력을 느낄 만한 인물로 빚어냈다. 크리스티앙 역을 맡은 차윤해는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로 록산과 객석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시라노와 록산, 크리스티앙이 함께 부르는 '하루 또 하루'에선 엇갈린 세 사람의 관계성이 살아나면서 '시라노'라는 극 특유의 매력을 가득 전달한다.

◆ 버거운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제2의 돈키호테', 시라노의 메시지

'시라노'는 마치 전쟁과 같은 삶의 한복판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희망을 노래한다. 모든 것을 갖춘 시라노도 좌절하는 순간은 있게 마련이다. 너무 커다란 코 때문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록산 앞에서, 더 높은 신분의 귀족, 결코 이길 수 없는 적과 마주하면서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힌다.

하지만 시라노는 '무엇이든 다 데려오라'면서 세상 모든 거인과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시인의 펜을 꺾으려 하는 귀족이든, 스페인의 대규모 군대든, 꿈에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 록산이든 홀로 굳건히 서서 맞서 이겨내려 최선을 다한다. 시라노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보고 있자면, 관객들도 자연히 한 가닥 희망을 꿈꾸게 되고 용기를 얻게 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시라노'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5.01.03 jyyang@newspim.com

'시라노'의 미덕은 더 있다. 극중 대사와 넘버엔 시인인 시라노의 주특기를 반영하듯 아름다운 은유와 묘사가 가득하다. 누군가에겐 조금 버거울 수 있는 짝사랑 설정도, 모든 불편함을 배제한 연출로 센스 넘치게 완성됐다. 초연 배우에서 프로듀싱으로 전향, 집중한 류정한의 역량이 빛나는 대목이다. 순수한 영혼과 아름다운 말로 결국은 록산의 마음을 울린 것처럼, 뮤지컬 '시라노'는 모든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오는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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