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15일(현지시간) 미 국채 금리는 예상보다 낮은 물가 수치를 확인하며 일제히 하락했다. 하루 전 공개된 도매 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월가 예상보다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확인되자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나섰다.
이날 채권 가격 급등으로 공매도 세력의 포지션이 청산되며 숏커버링(공매도 한 자산을 되갚기 위해 다시 사는 환매수) 움직임이 나타난 것 역시 국채 가격 반등폭(금리 하락폭)을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오후 거래에서 글로벌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653%로 전장 대비 13.5bp(1bp=0.01%포인트) 하락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1월 말 이후 일간 최대 낙폭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도 9.7bp 하락한 4.268%를 가리키고 있다. 역시 두 달 만에 최대 폭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달 전보다 0.2% 1년 전과 비교하면 근원 CPI는 3.2%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0.3%, 3.3%)를 각각 0.1%포인트 하회하는 결과다. 근원 CPI는 헤드라인 수치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수치로, 경제 전문가들은 이 지표가 헤드라인 CPI보다 기조 인플레이션을 더 잘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매디슨 인베스트먼츠의 마이크 샌더스는 로이터에 "오늘은 아마도 포지셔닝 관점에서 숏커버링일 가능성이 크며, 움직임의 규모를 보면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날의 CPI에 대해 "좋은 숫자였다. 주거비 오름세가 앞서 두 달에 비해 낮아졌고, 근원 서비스와 상품 오름세도 예상보다 낮았다. 다만 금리 변화는 다소 과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CPI 발표 이후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기준 금리가 총 38bp 인하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CPI 발표 전 26bp 인하 전망에서 한층 낙관적으로 변한 것이다.
ING의 수석 국제 경제학자 제임스 나이트리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여전히 불편할 정도로 높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이후 10% 가까운 무역가중 달러화 가치 상승, 미 국채 수익률 급등 등이 미 경제 성장 저해 요인이 되며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며, 이는 올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를 줄 것"으로 판단했다.
예상보다 둔화한 물가 수치에 미 달러화도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14% 하락한 109.12를 가리키고 있다. 전날 달러화 지수는 2년 만에 처음으로 110을 넘어섰다.
FX스트리트닷컴의 분석가인 조셉 트레비사니는 "근원 CPI가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확인되자 트레이더들은 달러의 롱(매수) 포지션을 일부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엔/달러 환율은 0.86% 오른 0.63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엔화는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일본은행(BOJ) 총재로서의 발언 이후 강세를 보였다. 우에다 총재는 2025년 금융 정책 운영에 대해 "경제·물가 상황이 개선된다면 BOJ는 이에 맞춰 정책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 완화의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했다는 소식도 최근 약세 흐름을 이어가던 파운드화 반등에 힘을 실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0.18% 오른 1.2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의 12월 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달 2.6%에서 0.1%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전문가와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소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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