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지난 70일 동안 뉴욕증시에서 일명 '트럼프 트레이드'라 불리는 베팅의 성적표는 종목별로 균일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트'자만 붙어도 주가가 날아다닐 것만 같았는데 뒷심 부족으로 좌절감을 선사한 종목이 있는가 하면 뚝심을 발휘하며 트럼프 수혜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종목도 있다.
현지시간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재선에 베팅한 '트럼프 트레이드'의 엇갈린 성적표를 소개했다. 시장 금리와 달러의 가파른 상승세 등이 수혜군 내 희비를 갈랐다.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준 트럼프 트레이드 종목은 미국 양대 국책 부동산 담보 대출업체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우선주 투자였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1기 때에 이어 이번에도 두 업체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에 베팅한 것인데, 장외에서 거래되는 두 업체의 우선주 가격은 대선 이후 3배 이상 급상승했다. 이는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이 공개적으로 거래에 나선 것도 주가 급등에 한몫했단 설명이다.
다만 트럼프 취임을 며칠 앞둔 지난주 두 회사 주가는 폭락해 거의 4분의 1을 잃었다.
취임식 전날인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놀라운 뚝심을 발휘한 종목은 민간 교도소 시설을 운영하는 코어시빅과 지오그룹이다. 트럼프 2기 때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의 최대 수혜 업체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선거일(지난해 11월 5일) 15.13달러였던 지오그룹 주가는 지난 17일 35.3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 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코어시빅은 23.05달러에 최근 거래됐는데, 선거일(13.63달러) 이래 70% 가치가 상승했다.
테슬라는 단연코 트럼프 트레이드로 주가를 크게 올린 주식 종목이다. 테슬라 주가는 선거일 마감가(251.44달러)에서 지난 17일 기준 426.50달러로 약 70% 올랐다.
전기차 의무화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이지만 재선 일등 공신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차기 행정부 신설 부처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앉히면서 호재가 됐다. 트럼프 2기 때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에 대폭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가상화폐 행보 기대감에 선거일 대비 40%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미 달러화도 트럼프 당선 이후 10주 동안 5% 상승했다.
반면 현재까지 미국 소형주와 빅오일 관련주 등은 크게 이득을 보지 못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대선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6일 2392.92로 5.8% 급등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트럼프의 각종 세금 인하 정책이 내수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달러 강세와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기대감을 압도하면서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기업 중 절반 이상도 하락했다고 WSJ은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의무화와 그린뉴딜을 폐지하고 각종 에너지 규제 완화를 공약하면서 상승세를 탔던 대형 석유주들도 큰 재미를 못 봤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소유해 '트럼프 트레이드' 종목으로 통했던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DJT)도 지난 2주 동안 20% 상승했지만, 선거일부터 지난해 연말까지는 횡보세에 머물렀다.
이처럼 트럼프 재선 후 트럼프 트레이드의 희비는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취임 후가 진짜 테스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은 1기 행정부 때 무역전쟁보다 장기화한 무역전쟁 2막을 초래할 수 있으며, 반이민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홀렌호스트는 "예측은 추측을 정중하게 말하는 방법"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 정책들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선거 승리가 시장에 희열을 일으켰지만, 실제 테스트는 지금부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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