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송혜교가 무려 10년 만에 스크린 컴백작으로 돌아왔다. 그간 한번도 보여준 적 없던 수녀의 모습으로, 오컬트 장르에 도전했다.
오는 24일 '검은수녀들' 개봉을 앞두고 송혜교는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영화 관객들과 만나는 소감을 말했다. 지난 2023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통해 최초로 연기 대상을 수상한 뒤 차기작으로 이번 작품을 고른 이유를 천천히 설명했다.
"함께 출연한 여빈이가 잘 따라주고, 동생인데도 저를 예뻐해주고 해서 영화 안에서도, 평소에도 정말 마음이 잘 맞는다고 느껴요. 이번 작품은 오컬트 중에서도 좀 색다른 오컬트 영화여서 선택한 것도 있어요.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이제 하나가 돼서 아이의 생명을 무조건 살리자는, 그 목적 하나를 향해 가는 두 여자의 모습이 멋있고 드라마적인 부분이 좋았어서 결정한 게 컸죠. 또 구마 신은 살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연기여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영화 '검은 수녀들'에 출연한 배우 송혜교 [사진=UAA] |
송혜교가 극중 연기한 유니아 신부는 보통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여느 수녀들과는 다르다. 흡연을 하는가 하면, 전통적인 가치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고 이같은 신념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처음에 수녀님들께 자문을 구하려고 만나서 대화도 하고 생활이 어떠신지, 기도에 대해서도 여쭤봤어요. 한참 얘기하다보니 수녀님들도 영화를 궁금해하셔서 이런 영화라고 했더니 좀 당황하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수녀네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 새로운 수녀를 보러 극장에 가야겠다고 유쾌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유니아는 워낙 자유로운 수녀 같아요. 본인의 신념이 확실하고 또 교단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하는데다 반항기도 있죠. 그래도 이 여자는 생명은 내가 꼭 지키겠단 확고한 의지가 있어서 매력적이었어요. 영화적으로도 늘 보던 수녀님과는 차별화된 자유로운 스타일이어서 느낌이 좀 새롭기도 했죠."
송혜교는 지난 2023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서 데뷔 28년 만에 첫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택한 차기작으로 영화 '검은 수녀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 이전에 하던 사랑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예전엔 제가 사랑 얘기, 맬로 드라마를 많이 했었잖아요. 여러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하고 이별하고 그런 게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요. 표현이 비슷한 캐릭터를 여러번 하다보니 제가 제 연기를 보는 게 조금 재미가 없었어요. 시청자 분들은 어떠실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던 차에 타이밍이 좋게도 '더 글로리'를 만난 거였어요. 연기하면서 해보지 않았던 복수극,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하고 저도 몰랐던 표정이 많이 나왔어요. 되게 신이 났거든요. 오랜만에 연기하면서 너무 어렵지만 재밌고 신난단 감정을 느꼈어요. 그래서 하지 않았던 캐릭터에 욕심이 서서히 생겼고, 그때 '검은 수녀들'을 만났어요."
영화 '검은 수녀들'에 출연한 배우 송혜교 [사진=UAA] |
그러면서도 송혜교는 "저는 멜로 드라마 정말 좋아하고,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있어서 감사함이 크다"면서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얘기했다. 새로운 연기의 재미를 느끼고 원래 하던 역이 아닌 배역을 찾아나섰지만, '검은 수녀들'을 연기하면서 힘든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은 대본에서 느끼는 대로 연기를 했고 구마 신에선 당연히 너무 처음 해보는 장면이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많았고 흡연하는 신에서도 비흡연자였던 제가 연기를 위해 잠배를 자연스럽게 피우는 연기를 하기까지 조금 힘들었죠. 교단과 부딪히고 속 시원하게 욕도 하는 인물이라 그 자유로움을 일반 수녀들과 다르게 표현하기에 어울리는 요소였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빼달라고 할까 고민했었는데, 생각하다보니 유니아 성격을 좀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강동원과 장재현 감독이 의기투합했던 영화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인 '검은 수녀들'은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았음에도,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이라는 기본적인 설정을 그대로 가져간다. 송혜교는 극중 유니아 수녀가 어떤 면에선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가도, 결국 생명을 위해 모든 걸 거는 신을 곱씹었다.
"대본엔 그냥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용감한 수녀이지만, 그 전 이야기가 있을까 얘길 해보면 딱히 없었어요. 그럼 우리가 만들어가자. 유니아가 하는 행동을 보면 여기저기 부딪히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반대를 무릅쓰고 혼자 직진하고 이런 걸 보면 이 친구는 일찍이 모든 걸 다 받아들였구나. 그런 수녀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사실 한 아이를 가족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저는 못해요. 그렇지만 상상을 해봤는데 수녀님이기 때문에 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영화 '검은 수녀들'에 출연한 배우 송혜교 [사진=UAA] |
그렇게 '검은 사제들'이 국내 영화계에 오컬트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이라면, '검은 수녀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는 이들을 보여준다. 송혜교는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함께 연대해서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영화의 포인트를 짚었다.
"장르는 오컬트지만 정말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함께 연대해 나가는 그 드라마가 좋았어요. 오컬트를 좋아하시는 분도 많지만 또 무서워서 꺼리시는 분이 있다면 우리 영화는 드라마가 더 강하기 때문에 오컬트에 입문하시기 딱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해요.최근엔 여자 배우가 주축이 되는 작품이 많지만, 이제 여성 2명이 끌고가는 영화가 많이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또 구정 연휴에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더 많이 여성 영화들이 생겨날 수 있는 중심이 되는, 좋은 결과를 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예능에 출연하고, '검은 수녀들'의 홍보를 계기로 이런 저런 콘텐츠에 얼굴을 비추면서 송혜교의 '신비주의'도 이제 걷히고 있다는 기대감도 대중은 갖고 있다. 송혜교는 "10년 전만 영화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 않았다"면서 웃었다.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일부러 신비주의를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많이 오픈되는 걸 할 때는 아니었어요. 또 마음의 여유도 좀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 40대도 되고 마음에 여유도 생겼고, 시대도 많이 변했고요. 감춘다고 다 좋은 게 아닌 시대가 됐으니까요. 예능도 나가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작품 잘 해서 좋은 결과 나오고 좋은 반응들이 있다면 좋지,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없어요. 다만 지금 주어진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하자.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 좋은 길로 인도해 주겠지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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