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수방사령관·국정원 1차장 "尹이 끌어내라 지시"
'尹 계엄 쪽지' 놓고도 진실 공방
"국무회의 거치지 않았다" vs "1시간30분 심의"
"진술 대립하는 접점 봐야", "탄핵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참석해 진술하면서 진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란 가담 혐의로 구속된 이들 및 증인들과 윤 대통령은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및 포고령 작성 과정을 비롯해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 과정,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 쟁점에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01.23 photo@newspim.com |
◆특전·수방사령관·국정원 1차장 "尹이 의원 끌어내라 지시"
먼저 계엄 당시 국회로 병력을 보낸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은 윤 대통령이 비화폰을 통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국회와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특히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도 국회 청문회에서 계엄 당일 저녁 10시53분쯤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다 잡아서 싹 다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간첩단 사건을 적발한 줄 알았다"면서 곽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그런 지시 한 적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는 윤 대통령 측 변호사가 "국회 상황이 혼잡하다는 보고를 받고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 한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핌TV 캡쳐] 2025.01.24 parksj@newspim.com |
◆ '尹 계엄 쪽지' 놓고도 진실 공방
'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확보하라는 쪽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쪽지로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직접 받은 게 맞다'고 거듭 밝혔다.
이 또한 윤 대통령이 쪽지를 준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과 엇갈리는 언급이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쪽지와 관련해 "서너 줄 줄글로 돼 있었다"라며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관련 쪽지를 받은 국무위원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 조 장관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명이다.
최 권한대행이 받은 쪽지엔 '예비비 편성' 내용이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국가비상입법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최 대행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후 언론을 통해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봤다"며 "기사 내용은 부정확했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밖에 없는데 김 전 장관이 구속돼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장관은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쪽지를 누가 작성했냐는 질문에 "제가 (했다)"고 답했다.
다만 최 권한대행이 당시 국무회의에 늦게 와 직접 만나진 못했고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5.01.23 photo@newspim.com |
◆ "국무회의 거치지 않았다" vs "1시간30분 심의"
또한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가 정당하다면서 당일 1시간 30분가량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만나 심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동의한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 공소장에도 한 총리뿐 아니라 최 권한대행,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이 윤 대통령에게 경제와 외교적 영향, 신인도 하락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고 적시됐다.
이밖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계엄 당시 국회 본청 질서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군 병력인 280명을 동원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계엄 당시 군병력이 윤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실탄을 소지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다만 검찰은 국회에만 466명의 특전사, 212명의 수방사, 경찰 약 1768명 등 총 2446명이 투입됐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그동안 국회 증언이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과 배치된 주장을 펼쳐 향후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과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 군 병력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04 leehs@newspim.com |
◆ "진술 대립하는 접점 봐야", "탄핵 가능성 높아"
이와 관련해 헌재 연구관 출신 이명웅 변호사는 "법정에서 먼저 사실관계를 다룬 뒤 사실이라면 그것이 법을 위반했는지, 위반했으면 중대한 내용인지 등을 판단하게 된다"며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대립되는 접점이 명확한지 봐야 한다. 엇갈리는 진술은 증거나 신빙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엄을 선포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어느 정도 재량을 갖고 있는지가 쟁점인데, 재량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내용을 종합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시 헌재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회 점거 시도 등 위헌 행위를 인정하는 순간 파면을 면할 수 없고 내란 범죄로 처벌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4차 변론기일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진술 내용을 종합해 보면 사실상 향후 절차에서 증인신문은 큰 의미가 없다"며 "(진술 과정에서) 계엄선포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것을 이미 인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