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무대를 통해 '워크(woke) 이데올로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워크는 '깨어 있음'을 뜻하는 말로 좌파·진보 진영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밀레이 대통령은 반(反)이민, 정부 축소, 친(親)자본주의, 총기 소지 규제 완화 등 정책은 물론 화려한 언변과 기이한 행동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린다. 좌파 정권이 많은 남미에서 강경한 우파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로마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조르주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극우 성향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신년 행사 '아트레주 2024'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4.01.13 ihjang67@newspim.com |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실패하는 국가와 기관의 공통 분모는 워크라는 정신적 바이러스"라면서 "이것은 반드시 치료해야 할 우리 시대의 거대한 전염병이며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념은 서구 주요 국가들의 정당과 정부, 국제기구는 물론 비정부기구(NGO)와 대학,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을 식민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과 같은 국제 행사가 워크 같은 불온한 의제를 확산하는데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 경제 매체인 CNBC는 "밀레이의 발언은 우파와 좌파에 속한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 깊은 갈등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두 진영은 서로의 이념적 차이와 입장을 극복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앞으로 우파와 좌파 진영 간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 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저는 우리의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이 곳에 왔다"면서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때 '깨어 있는' 좌파의 절대적 국제 헤게모니로 보였던 것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등을 거론하며 "전 세계에서 자유라는 이념을 위한 싸움에서 동맹을 찾았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 등) 국내 문제에서 승리를 거둔 '미치광이(madman)' 밀레이가 다보스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일 년 전 아르헨티나의 월별 물가상승률은 20%가 넘었지만 지금은 3% 미만으로 떨어졌고, 정부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예산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