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매출, HBM3 넘어
HBM 수요 2분기부터 회복
올해 실적 개선도 "제한적"
"위기 극복하기 위해 최선"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품질 검증(퀄테스트)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31일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지난달 삼성전자의 5세대 HBM, HBM3E의 8단 제품의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지만 삼성전자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말로 대신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HBM3E 매출이 이전 세대 제품인 HBM3 매출을 넘어섰다"며 HBM 제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HBM3E의 개선된 제품을 올 2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스핌DB] |
◆ 4분기 HBM 매출 1.9배 성장...HBM3E 16단 제품도 샘플 전달
삼성전자는 31일 실적발표회(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다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사와 데이터센터 고객에 HBM3E 공급을 확대했다"며 "HBM3E 매출이 4세대 HBM인 HBM3 매출을 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HBM3E 8단, 12단 제품의 양산·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주요 고객사로 엔비디아를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이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HBM3E 8단 제품의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도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HBM3E 공급과 관련 "주요 고객사 퀄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한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공식적인 확인은 해가 바뀌어서도 나오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올 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는 HBM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 여부와 무관하게 HBM 매출은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지정학적 이슈와 올해 1분기를 목표로 준비 중인 HBM3E 개선 제품 계획 영향이 맞물려 HBM 수요에 일부 변동이 발생했다"며 "그 결과 4분기 HBM 매출은 당초 전망을 소폭 하회한 전 분기 대비 1.9배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HBM 매출은 일시적으로 판매 제약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뿐만 아니라 당사의 개선 제품 계획 발표 이후 주요 고객사들의 기존 수요가 개선 제품 쪽으로 옮겨가며 HBM의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수요 회복은 2분기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객 수요도 8단에서 12단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하는 등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HBM3E 16단 제품의 경우 고객의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기술 검증 차원에서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6세대 HBM인 HBM4는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
◆올해 실적 개선 제한적..."짧은 시간에 해결"
HBM 개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에 그쳤다. DS부문 매출은 30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연구개발비 등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올 1분기까지 모바일과 PC 고객사의 메모리반도체 재고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모두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모두 시장 수요에 맞춰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플래그십 SoC를 적기에 개발해 고객사의 주요 모델에 신규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 양산과 안정화를 통해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4나노 공정도 경쟁력 있는 공정과 설계 인프라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경영진 모두 현재 경영 현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며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성장 역사를 보면 항상 근본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기 때마다 성장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슈 또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의 기회로 믿고 있다. 반드시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며 "투자자도 회사의 이러한 노력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