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금융위·금감원,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대책' 발표
기준 없이 지급되던 향후치료비 제도화·경상환자 장기치료 개선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여온 '나이롱 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약관 등의 근거 없이 관행으로 지급하던 향후치료비(합의금)를 중상환자에게만 지급하도록 하고 경상환자가 8주 이상의 장기치료를 원할 경우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 제출이 의무화된다.
26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과잉 진료, 보험사기 등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 문제를 해결하고 보험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보험은 사고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피해자의 치료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목적이지만 그동안 이를 악용한 부정수급, 보험사기 및 과도한 합의금 지급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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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국민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피해 정도에 따른 적정 치료를 보장하고 실제 손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되, 불건전 행위에 대한 제재 및 처벌 강화와 보험제도 운영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우선 사고 피해 정도에 맞는 적정 배상 체계를 마련한다. 앞으로는 상해등급 12~14급의 경상환자에게 향후치료비 지급을 금지한다. 향후치료비는 치료 종결 이후 장래 발생이 예상되는 추가 치료에 대해 사전 지급하는 일종의 합의금이다. 그도안 보험사느 조기 합의르 목적으로 제도적 근거없이 관행적으로 향후치료비를 지급해 왔고, 2023년 기준 그 규모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2400만명 이상 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향후 치료비는 상해등급 1~11급의 중상환자에게만 지급되며, 경상환자가 8주 이상의 장기치료를 원할 경우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 제출이 의무화된다.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지급보증을 중단할 수 있고 이의가 있을 경우 중립적 조정기구가 개입한다. 치료비 외 환자가 갖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휴업손해 등 손해배상 지급 기준 정비를 위한 연구와 그간 자동차보험 약관에 규정된 보상금 지급 항목의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보험사기 및 불건전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향후치료비를 수령하는 경우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 동일 증상에 대해서 중복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안내하도록 할 방침이다. 타 보험 관련 기관의 중복수급 탐지를 위한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
보험사기와 관련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정비업자에 대해서는 현재 '사업 정지'에서 유사 입법례 수준인 '사업 등록 취소'로 행정처분을 강화한다. 중대 교통법규 위반을 예방하고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마약·약물 운전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등 다른 중대 교통법규 위반과 마찬가지로 보험료 할증 기준(20%)을 마련하고 마약·약물 운전, 무면허, 뺑소니 차량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 운전 차량 동승자와 같이 보상금을 40% 감액해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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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산정 요율, 지급보증 절차 등 자동차보험의 세부 운영 방식도 현실에 맞게 개선한다. 앞으로는 부모의 보험으로 운전한 청년층(19세~34세 이하) 자녀의 무사고 경력을 신규로 인정하고 배우자도 운전자한정특약 종류와 무관하게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 인정한다. 현재는 배우자 '부부한정특약'으로 운전한 경우 무사고경력으로 인정되고 있다.
수리비 절감을 위해 국토부가 인증한 품질인증부품을 OEM 부품과 동일하게 인정하며 고비용 수리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기존에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팩스 중심으로 진행되던 지급보증 절차는 전자 시스템으로 전환돼 환자 편의성과 의료기관 업무 효율성이 개선된다.
이번 개선 대책의 주요 내용인 향후치료비의 지급 근거 마련,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추가 서류 제출은 관계 법령, 약관 등 개정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며 그 외 무사고 경력 인정 확대, 전자 지급보증 등은 금년 상반기 내 후속조치를 완료하여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으로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이 줄어 보험개발원은 자동차 보험료가 약 3%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차관은 "투명하고 건전한 자동차보험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사고 피해자가 적정 수준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소통하며 자동차보험의 사회보장 기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불필요한 자동차 보험금 누수의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제도개선이 보험계약자의 편익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함께 보험회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보험료 조정의 합리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