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상동점·동청주점 등 폐점 예정...인근 아파트 '울상'
생활 편의성 축소·인근 상권 위축으로 인한 시세 하락 염려
향후 매장 운영 불안...폐점 미예정 단지에서도 긴장감 확대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돌입으로 폐점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폐점이 현실화하면 그동안 누렸던 생활 편의성이 악화할 뿐 아니라 인근 상권도 위축돼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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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강서 본사 전경 [사진=홈플러스] |
◆ 매출 전국 상위권 '부천상동점' 폐점 예정...인근 아파트 단지 '울상'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부천상동점과 343m 거리에 있는 상동 '푸른마을한라비발디' 입주민들은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해당 지점이 오는 7월 폐점을 앞둔 탓이다.
이 단지 근처 한 공인중개사는 "홈플러스와의 근접성은 이 단지의 큰 장점이었다"며 "홈플러스 폐점 후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입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폐점 후 해당 단지 입주민은 대형마트 이용을 원할 시 1.1km 떨어진 이마트 중동점을 이용해야 한다. 기존에는 대형마트가 도보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존재했으나 7월부터는 상황에 따라 차량 이용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거리로 멀어지는 것이다.
특히 부천상동점은 전국 홈플러스 내 매출 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양질의 상품을 다수 판매하던 점포다. 생활 편의성이 주택 입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시세 하락에 대한 입주민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당 부지에 유통시설이 아닌 주상복합이 들어선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홈플러스 부천상동점 부지에는 지하 7층·지상 47층(아파트 936가구·오피스텔 917실) 규모의 주상복합이 세워질 예정이다. 2026년 착공, 2030년 준공 계획이다. 최고층이 15층인 푸른마을한라비발디 입주민들은 조망권 훼손과 이로 인한 주택 가치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푸른마을한라비발디 단지와 홈플러스가 워낙 가까웠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근처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이 주상복합 건축을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입주민으로서는 착공 소음도 신경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천상동점은 주상복합의 지하 1층~지상 1층에 입점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종합마트가 아닌 식품 특화 점포 형태로 축소 재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최근 경영 악화를 겪으며 재고관리 부담이 적은 특화 점포 형태를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부천상동점은 임대주의 의사에 따라 폐점한 것"이라며 "추후 식품 특화 점포 '메가푸드마켓'으로 단장해 재입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청주 동청주점도 폐점 발표...율량동 상권 위축 우려
2026년 폐점을 앞둔 홈플러스 동청주점 근처 아파트 '율량서희스타힐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단지는 동청주점과 472m 거리다. 입주민들은 현재 도보로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폐점 후에는 3.8km 떨어진 홈플러스 청주성안점으로 향해야 한다.
해당 단지의 한 입주민은 "도보 거리에 GS더프레시나 기타 마트가 있긴 하지만 홈플러스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다. 상품도 덜 다양하다"며 "홈플러스 폐점 후에는 대형마트를 가기가 매우 불편해진다. 집값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폐점에 따라 향후 아파트 인근 상권의 경쟁력 있는 상업시설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존 대형마트 소비자들의 지역 방문 감소로 유동인구가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상권의 매출이 축소되면 유명 프랜차이즈 등 기업의 상권 입점 가능성도 낮아진다.
실제로 한국은행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상권 매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롯데마트 도봉점 폐점 후 인근 2km 내 골목상권의 매출 건수가 감소했다. 2021년 12월 롯데마트 구로점 폐점 후에도 인근 2km 상권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은 대형마트 및 상권이 주요 인프라 중 하나다. 부동산시장에서 대형마트와 상권은 주요 요소로 고려된다. 특히 홈플러스와 이 회사 마트노조 등에 따르면 현재 동청주점은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 중위권에 위치하는 등 구매력 있는 인구를 유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프라 축소로 인한 집값 하락에 대한 입주민들의 우려는 더욱 큰 상황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출점 후 마트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몰리고 상권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며 "마트 폐점 시 주변 상권도 직접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 형성에는 교육, 교통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럼에도 홈플러스 폐점은 근처 단지의 시세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에 대해 "동청주점은 임대 계약 만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과거 월드컵점, 면목점 등 임대 계약이 만료된 건에 대해 임대주에게 적극적 협의를 요청해 재계약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경영상의 어려움이 심화되며 계약 연장이 아닌 종료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 홈플러스 근처 아파트 주민들, 폐점 점포 추가 가능성에 ′긴장′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도입함에 따라 아직 폐점 계획이 없는 점포 인근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긴장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매장을 차질 없이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악화에 따라 향후 더 많은 점포의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에 대해 "점포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부족한 경상 현금흐름에 대응하는 외부 의존적 현금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롯데가 비효율 점포를 정리한 것과 달리 홈플러스는 알짜 점포까지 폐점시키고 있다"며 "목적이 기업 정상화가 아닌 투자금 회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향후 점포 운영보다는 매각에 집중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기업을 믿고 매장을 방문해야 수익이 생긴다. 홈플러스는 이번 기업 회생으로 이미지가 하락했다고 본다"며 "소비자들의 방문이 적어져 수익성이 악화되면 전국 매장이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홈플러스와 가깝다는 장점으로 근처 지역 타 단지 대비 높은 매매가에 거래되던 단지들의 긴장은 더욱 크다. 홈플러스 신도림점 544m 거리에 위치한 '신도림3차동아'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신도림3차동아 전용면적 110㎡는 지난해 12월 1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신도림점과 3.1km 떨어진 '구로삼성래미안' 전용면적 110㎡가 같은해 9월 10억1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을 받은 것이다.
신도림3차동아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이 단지는 지하철역과의 근접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근처에 대형마트가 존재해 편의성이 높다는 점도 가격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폐점 시 입주민들의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