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지연에 지급여력 악화…고객들 보험 보장 공백 우려
금융당국 시장 관리 책임져야…"보험 가입자 보호 대책 시급"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보험사 인수합병(M&A)이 난항을 겪으며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가입자들의 보험 보장 공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의 매각 무산과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의 매각 지연으로 인해 보험업계 전반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MG손보의 경우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청산 또는 파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산될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 해약 환급금이 보장되지만, 저축성 보험 가입자들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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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G손해보험] |
현재 MG손보 가입자는 약 124만명이며, 강제 해약 및 금전적 피해 규모는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장기간 보험을 유지해온 고령 고객들의 피해가 클 전망이다.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보험에 가입하려면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거나, 아예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 역시 매각이 지연되면서 가입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급감했으며, 킥스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8.7%로 전년 말(213.2%) 대비 크게 하락했다.
KDB생명은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현재 7번째 매각을 추진 중이다. 5번째 매각 시도 끝에 청산 위기에 놓인 MG손보 보다 2번이나 더 많다. KDB생명 매각이 지연되며 현재까지 1조50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킥스 비율도 경과조치 적용 전 66.32%, 적용 후 179.5%에 불과해 건전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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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09.24 choipix16@newspim.com |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로, 킥스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진다면 재무제표 상 소비자들이 일제히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보험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험 계약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G손보 청산 시 4세대 실손보험 등 기존 가입자들은 동일한 조건으로 재계약이 어렵고, 고령자 및 유병자들은 신규 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 및 ABL생명 인수 역시 난항을 겪으며 추가적인 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에도 제동이 걸렸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약 1조5500억원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기로 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금융위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금 1550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MG손보 매각 무산에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까지 실패하면 보험업계 M&A 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보험 계약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고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가입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