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美 의료기기에 5~10% 관세...美는 '0%' 관세
美의 印 의료기기 시장 잠식 등 우려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과 무역협정(B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인도가 의료기기 수입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다.
18일(현지시간) 이코노믹 타임스(E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인도 정부가 미국 관세 정책의 잠재적 영향을 완화하고 무역협정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미국 의료기기 기업의 인도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수입 관세를 최대 '제로(0)'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인도 상공부는 동시에 최근 회의에서 수출진흥위원회에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쉬운 의료기기 목록을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산 의료기기에 대해 5~10%의 수입 관세를 물리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인도산 의료기기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인도 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도가 목표로 제시한 '기술 자립'을 어렵게 하고, 동시에 관세를 낮추면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인도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접근이 쉬워진다는 것은 인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은 이미 인도 의료기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지금도 미미한 비관세 장벽과 매우 낮은 관세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의료기기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 미국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미국산 의료기기 수입액은 2019/20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의 754억 7000만 루피(약 1조 2633억 7000만원)에서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의 1255억 2000만 루피로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가 양보하는 만큼 미국 역시 인도 기업에 대한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도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수십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 인도 제조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미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관세 인하는) 인도 업계를 늑대에게 던지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도는 '상호 관세'를 강조해 온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고급 오토바이와 위스키 등에 대한 관세를 낮췄고, 현재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에 대한 수입 관세 인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달 중순 백악관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030년까지 양자간 무역 규모를 5000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합의했으며, 미국산 에너지와 무기 수입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이달 초에는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무역협정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수닐 바스왈 인도 상공부 차관은 전날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인도는 양자 무역협정에 관해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양측 간 회담에) 진전이 있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
[사진=바이두(百度)]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