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총보수 인하에도 미국나스닥100 등 순자산 감소
"소비자들 수수료 보다 괴리율이나 거래량 등도 따져"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KB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총보수 인하'라는 고육책을 꺼내 들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따라잡을 듯 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과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기까지 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운용은 지난 11일 미국대표지수형 ETF인 'RISE 미국S&P500'와 'RISE 미국S&P500(H)' 2종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1%에서 연 0.0047%로 낮췄다. 'RISE 미국나스닥100'의 경우 연 0.01%에서 연 0.0062%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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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KB자산운용] |
하지만 RISE 미국나스닥100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보수 인하 이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1조 41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 20일에는 8693억원으로 12.69% 가량 줄어들었다. RISE 미국S&P500 ETF도 같은 기간 9289억원에서 8955억원으로 3.59%(333억원) 줄었다.
경쟁사인 한투운용의 AUM은 반대로 늘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ACE 미국S&P500 ETF의 AUM은 1조 8705억원에서 1조 9216억원으로 2.73%(511억원) 증가했다.
양사 미국 지수 ETF 격차는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에서도 드러난다. KB운용의 보수 인하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RISE 미국S&P500과 RISE 미국나스닥100을 순서대로 339억원과 3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ACE 미국S&P500과 미국나스닥100 ETF는 각각 776억원과 6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RISE ETF 비교했을 때 2.28배, 1.94배 많은 수준이다.
◆"RISE ETF, 거래량·브랜드 파워 고려 못해"
업계에서는 KB운용의 총보수 인하가 시장의 흐름을 잘못 읽은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는 업계 선구자인 미래에셋과, TR(토탈리턴,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방식) ETF를 선보인 삼성운용과 양분하는 형국"이라며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도 높은 만큼, KB운용이 총보수를 인하한다고 해서 자금이 RISE ETF로 쏠릴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총보수만 고려하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투자자들이 총보수 등 투자 비용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괴리율이나 거래량 같은 세부 지표들도 따진다"며 "아무래도 거래량은 RISE ETF가 적다 보니 KOEX와 TIGER ETF에 비해 호가 제시 측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팩트"라고 말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