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 여전히 진행형…장기 매수 추천은 머뭇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증시 급락세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으며, 단기 반등을 기대해도 된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JP모간체이스, 모간스탠리, 에버코어 ISI를 포함한 여러 증권사의 주식 전략가들이 투자자 심리, 포지셔닝, 계절적 요인 등을 근거로 최근의 뉴욕증시 급락세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취임 직후 휘몰아친 관세 조치들이 무역 전쟁과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2월 중순 이후 급락했다. S&P500지수는 100년 만에 7번째로 빠른 속도로 조정 영역(고점 대비 10% 하락)에 진입했고, 단기간에 시가총액도 5조 6000억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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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인공지능(AI) 기대감에 따른 빅테크 랠리가 과도했다는 불안감 역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던 영향이다.
하지만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시행할 관세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조정할 것이라며 유연성을 보인 뒤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반등했다.
특히 최근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종목들이 가장 강한 반등을 보였다. '매그니피션트 7' 주식지수는 3.4% 상승했고, 테슬라는 12% 급등하며 11월 6일(대선 직후 거래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1.8% 올랐다.
증시 반등과 함께 월가 전문가들은 증시가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며 낙관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JP모간은 최근 하락세의 상당 부분이 S&P 500 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한 50개 종목(모멘텀 주식)에서 발생했으며, 이들 종목은 단 3주 만에 2년 치 상승폭을 반납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이전 랠리 동안 쌓였던 과도한 포지션이 해소되었다고 평가했다.
JP모간 전략가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야스는 "따라서 단기적으로 또다시 급격한 하락이 발생할 위험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모간스탠리의 마이클 윌슨도 계절적 요인, 미 달러 약세, 국채 수익률 하락, 극도로 부정적인 투자 심리가 단기 랠리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에버코어 ISI의 수석 전략가 줄리안 엠마뉴얼은 "최근 겪었던 증시의 '두 걸음 후퇴' 과정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며, 이제는 '세 걸음 전진'할 때"라는 의견을 밝혔다.
22V 리서치의 최고 시장 전략가 데니스 드부셰르는 이날 보고서에서 시장 내부 지표가 개선되었으며, 미국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고 있지는 않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전히 견고한 경제 지표에 비해 투자 심리가 지나치게 약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경우 1개월, 3개월, 6개월 동안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많은 전략가들은 시장이 단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지금 당장 대대적으로 매수할 시점이라는 말은 삼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발표할 상호 관세 정책이 경제 전망을 다시금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AI 붐으로 인한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아직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에버코어의 엠마뉴엘은 상호관세 발표가 시장의 다음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봤고, 모간스탠리의 윌슨 역시 고용 및 제조업 데이터, 기업 실적 전망을 지켜봐야 랠리 장기화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2V 리서치의 드부셰르는 "관세가 경제 성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낮기 때문에, 4월 2일 발표가 나올 때까지 장기적 관점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