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산업 항공

속보

더보기

막으면 불친절, 놓치면 참사....비상문 앞에 선 승무원들

기사입력 : 2025년04월21일 15:28

최종수정 : 2025년04월21일 15:28

공황장애·폐소공포증 호소 승객 급증
"말하지 않으면 몰라"...기내 위기의 시작
"누구도 안심 못해" 승무원들 압박감 속 비행
"우리는 서비스를 넘어,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15일 오전,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에어서울 여객기에서 이륙 전 비상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이륙 직전이었던 덕분에 대형 인명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해당 승객의 "폐소공포증으로 답답해 문을 열었다"는 진술은 항공 안전의 사각지대를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전·현직 승무원들은 이 같은 일이 결코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등을 호소하며 "내리게 해달라"며 도어 쪽으로 향하는 승객이 생각보다 많고, 특히 짧은 거리의 국내선에서는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러나 이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강하게 제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승객의 질병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자칫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AI 제공]

◆공황장애 호소하며 "문 열겠다"…이제는 낯설지 않다
전직 사무장 A씨는 "국내선 기준으로 보면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문을 열겠다고 호소하는 승객을 겪는다"고 했다. "답답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비상문 쪽으로 달려가려는 승객이 있고, 비상문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기종의 경우 화장실과 비상문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승객이 무심코 문에 손을 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그 짧은 순간에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직 승무원 B씨 역시 "비상문 쪽에 앉은 승객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며 "돌발행동이 생기면 바로 대응하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등 정신적 질환을 앓는 승객들은 대부분 사전 고지를 하지 않는다. A씨는 "탑승 전 스스로 말을 해야만 승무원이 '스페셜 핸들링' 정보를 공유 받는다. 그런데 대다수는 '탑승 거부당할까 봐' 증상을 숨기고 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든지, 정신을 잃는 사례도 있는데, 여권을 조회해보면 비상 연락망이 수십 개 있을 정도로 위험한 분들이 아무 말 없이 혼자 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전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이 닥쳐도 승객이 질병을 이유로 고통을 호소하면, 승무원은 함부로 제지하기 어렵다. B씨는 "앞쪽에 화장실이 있어 이륙 전에 앞으로 걸어나오는 승객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며 현실적인 제약을 설명했다.

A씨는 "문 앞에서 날 선 시선으로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으면 불친절하다는 민원을 넣는 승객도 있다"며 "승객을 함부로 대했다는 오해가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스트레스 넘어 압박·긴장감의 연속
비상문은 단순한 문이 아니다. 승무원들에게는 생명줄이자 위기의 중심이다. A씨는 "비상문은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 명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런 도어 근처에 승객이 다가오기만 해도 우리는 긴장을 넘어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에어서울 사건에서도 승무원들이 먼저 문 개방을 막았으나, 승객이 곧바로 반대편 도어를 열며 슬라이딩 도어가 작동됐다. B씨는 "기체 파손뿐 아니라 운항 차질과 대체기 투입으로 항공사에 막대한 손실이 생겼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현장 대응만으로는 이런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A씨는 "문 여는 방식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한다. 어떤 항공기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 상황 때는 빨리 열려야 하니까 구조 자체가 간단하게 설계됐지만, 이제는 그 단순함이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다"며 "승무원만 알 수 있는 장치나 이중 잠금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씨는 "비상문이 너무 복잡하면 탈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기내 안전과 구조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 [사진=뉴스핌DB]

◆"비상문 개방은 중범죄…처벌 강화해야"
승무원들은 "비상문 개방은 단순 소란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한다. A씨는 "벌금 5000만원 이하라는 안내방송은 아무 효과가 없다"며 "징역형을 포함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도 "항공사 차원에서도 '평생 탑승 금지' 같은 제재가 필요하다"며 "하나의 돌발행동이 항공 안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승무원의 업무는 '서비스'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A씨는 "우선순위는 늘 승객 안전과 보안이며, 서비스는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비상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훈련된 인력이란 사실을 믿고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씨 역시 "승무원이 단순히 음료를 나르는 역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처벌이 약하다는 신호"라며 "강력한 항공보안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화되지 않은 사고도 많다. 언론이 이 실태를 조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한 사람의 행동이 수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수용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전날 밤 사의를 표명한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광수 민정수석이 어젯밤 이재명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사진=대통령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발맞춰 가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명 부동산과 차명 계좌 의혹으로 오 수석이 물러난 만큼 차기 민정수석 검증 기준에 청렴함 등이 포함될 것이야는 질문에 "일단 저희가 가지고 있는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분이 가장 우선적인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게 첫 번째 사명"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오 수석 건을 계기로 인사 검증 기준이라 원칙이 마련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이 대통령이 여러 번 표방했던 것처럼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능력 위주의 인사가 첫 번째 가장 먼저 포방될 원칙"이라며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 국민들이 요청하고 있는 바에 대한 다방면적인 검토는 있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medialyt@newspim.com 2025-06-13 09:43
사진
조은석 내란특검 "사초 쓰는 자세로"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른바 '3대 특검(특별검사)' 중 내란 특검을 맡게 된 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이 13일 "수사에 진력해 온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 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검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이날 "수사팀 구성과 업무공간이 준비되면 설명해 드릴 기회를 갖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조 특검은 현재 퇴직 후 별도 근무 중인 변호사 사무실이 없고 재택근무 중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전남 장성 출신인 조 특검은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대검 공판송무과장, 대검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14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청주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낸 뒤 문재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역임한 뒤 검찰을 떠났다. 2011~2025년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조 특검은 임기 중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거는 등 윤석열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저녁 내란 특검에 조 특검,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해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각각 지명했다. 조 특검과 민 특검은 더불어민주당 추천, 이 특검은 조국혁신당 추천이다. 각 특검은 최장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치게 되며, 내달 초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특검은 최대 60명, 김건희 특검은 40명, 채해병 특검은 2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예정이다. hyun9@newspim.com 2025-06-13 07:4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