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최대 사거리가 500km 이상인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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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지난 19일 한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타격 무기 3종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0㎞이며, 영국의 스톰섀도(Storm Shadow)와 프랑스 스칼프-EG(SCALP-EG) 등 두 종류의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250㎞이다.
타우러스는 공격력이 강력한 지능형 탄두를 탑재하고 있으며 교량과 군 기지 같은 인프라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은 이전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정권 때는 타우러스 제공을 거부했지만, 지난 2월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 정권은 이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평화연구소(WDR) 유럽포럼에서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무기에는 더 이상 사거리 제한이 없다"며 "영국, 프랑스, 그리고 우리(독일)와 미국이 (제공하는) 무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는 우크라이나가 이제 러시아 내 군사 기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그럴 수 없었는데 이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 용어로는 이를 "장거리 화력(long range fire)'이라고 부른다"고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다. 비슷한 시기 영국과 프랑스도 스톰섀도와 스칼프-EG의 공격 제한을 해제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향상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부여하는 어떤 결정도 위험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러한 잠재적 결정이 실제로 내려졌다면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려는 우리의 열망에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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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Taurus)'. [사진=위키피디아] |
메르츠 총리는 이날 구체적으로 타우러스 미사일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또 독일이 이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는지. 했다면 몇 발이나 보냈는지 등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메르츠 총리는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무기에 대한 공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하는 '전략적 모호성'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메르츠 총리가 타우러스 미사일을 콕 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그가 말하는 장거리 공격 무기는 타우러스일 수 밖에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독일이 보유한 장거리 화력은 타우러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유럽판에서 "사거리가 500km가 넘고 강력한 탄두를 탑재한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우크라이나는 적진 깊숙이 있는 러시아의 물류 허브를 높은 정밀도로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기민당은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지난 4월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유럽 파트너들(영국과 프랑스)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공하고 있다"며 "동맹국들이 합의한다면 독일은 미사일 제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전쟁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하며 이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타우러스 미사일은 독일의 MBDA와 스웨덴의 사브가 합작해 제작했다. 길이 5.1m, 날개 길이 2.06m이며 480㎏ 짜리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독일군은 지난 2006년 이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우리 공군도 수 백 발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