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위험, 여전히 '양방향'…'예정된 인하 경로' 없다
중동 위기·트럼프 관세가 변수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19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4.25%로 동결했다. BOE는 올해 8월부터 점진적인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 기대가 있었으나,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해 "조심스럽고 점진적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총 9명의 통화정책위원(MPC) 가운데 6명은 금리 동결에, 3명은 0.25%포인트 인하에 각각 표를 던졌다. 이는 예상보다 다소 비둘기파적(완화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BOE는 성명에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노동 시장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며 "임금 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임금 압력 완화가 소비자 물가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계속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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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모습.[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인플레 위험, 여전히 '양방향'…'예정된 인하 경로' 없다
BOE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며, 중동 충돌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경제·지정학적 환경의 예측 불가능성에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통화정책은 예정된 경로(pre-set path)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조급한 인하 기대를 경계했다.
BOE의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보다 다소 유연한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스웨덴 은행 한델스방켄의 다니엘 마호니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서는 7대2로 예상했으나, 6대3으로 나온 것은 일부 위원들이 국내 경기 둔화 지표를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중동 위기·트럼프 관세가 변수
이번 결정은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4%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과 부합했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한 상황에서 나왔다. BOE는 올해 3분기 인플레이션이 3.7%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후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 분쟁의 확산, 특히 유가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BOE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4월 경제성장률이 –0.3%로 역성장하며 부진을 보인 것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영란은행의 전 금융안정 부총재인 존 기브는 CNBC에 출연해 "지금의 질문은 '지금 금리를 내릴 것이냐,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릴 것이냐'는 것"이라며 "중동 위기는 인플레를 더 자극할 수도 있고, 세계 경제와 무역을 위축시켜 영국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BOE가 8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4분기에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브 전 부총재는 "연내 (영국의) 기준금리는 4% 혹은 그 이하로 낮아질 수 있지만, 중동 사태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 외생적 요인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며 "BOE는 상황을 매달 지켜보며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