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약한영웅, 지금 우리 학교는, 피라미드 게임, 스터디 그룹, 하이스쿨 히어로즈까지. 요즘 K콘텐츠 시장을 휩쓰는 건 다름 아닌 '학원물'이다.
교복 입은 10대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순수한 성장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 학교 폭력, 위계 질서, 정의 실현 같은 날것의 현실을 정면으로 그려내며 MZ세대는 물론, 그 위 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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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포스터. [사진=웨이브] 2025.06.27 moonddo00@newspim.com |
과거 학원물이 성장과 로맨스 중심의 서사였다면, 최근 공개되는 작품들은 학교 폭력, 위계 질서, 정의 실현 등 보다 날카로운 사회적 문제를 정조준한다.
이렇게 학원물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보편성'이 있다. 남녀노소, 학창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교복과 교실은 한국 대중문화에서 여전히 가장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인 셈이다. 흥미로운 건 학원물의 주요 시청자가 MZ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창 시절을 지나온 중장년층에게는 공감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자녀를 둔 세대에게는 문제 의식과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약한영웅'의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X세대, Y세대 역시 학창 시절을 지나온 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점이 작품이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학원물이 다시 주목받는 흐름에는 OTT 플랫폼의 성장도 있다.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서는 표현 수위나 소재 선택 등에 제약이 있었지만, OTT에서는 폭력, 욕설, 집단 따돌림 등 현실의 어두운 면을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다. 덕분에 학원물은 '청소년 성장극'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을 담는 장르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생존 문제를 조명했고, '약한영웅', '하이스쿨 히어로즈', '스터디 그룹'은 학교 내 권력과 부조리를 파헤쳤다. 또 '피라미드 게임'은 교실 속 투표 시스템으로 왕따 구조를 비판하며, 교실이라는 공간이 가진 폭력성과 위계 질서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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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2025.06.27 moonddo00@newspim.com |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학교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사회적인 고민과 반성, 문제제기가 자연스럽게 담기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반응도 폭발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직후 1위로 직행하며 집계된 90여 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인기 순위 TOP 10 안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첫 주차 누적 시청시간 약 1억 2500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중 첫 주차 역대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아시아 최대 OTT 플랫폼 Viu에서 인도네시아·싱가포르 2위를 차지하고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의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폭력성, 모방 위험 등의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지만 하지만 현재 실태를 낯낯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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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약한영웅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2025.04.28 moonddo00@newspim.com |
OTT 플랫폼 웨이브 관계자는 뉴스핌을 통해 "학원물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장르이고 지나친 교육열 등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대한 비판적 소재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ONE:하이스쿨 히어로즈는 웹툰을 원작으로해 기존 코어팬과 신규 유입의 시너지 효과를 낸 거 같다"며 "스타일리시한 액션, 감각적인 색감과 음악, 단순 액션에 그치는 것이 아닌 원작에 기반한 차별화된 세계관과 밀도 있는 캐릭터 서사 부여 등의 이유가 흥행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흥행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학원물은 다양한 장르로도 확장되고 있다. 액션·스릴러는 물론 좀비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 등 여러 장르로 확장돼 보다 많은 사람을 학원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학원물이 동시대 사회와 세대가 '학교'를 통해 자신들의 불안과 분노, 갈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