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과 유럽연합(EU)이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 물자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방위 산업 및 경제 안보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주요국의 보호주의 강화와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양측은 '경쟁력 동맹(Competitiveness Alliance)'의 출범에 공식 합의했다.
NHK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일본을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상임의장과 총리 관저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공동성명도 발표됐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에서 "EU 및 유럽의 가치 공유 국가들과 안보·통상 협력을 더욱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의 안보를 진전시키며,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는 글로벌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코스타 상임의장 역시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긴밀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양측은 희토류를 비롯한 중요 광물의 공급망 강화, 방위 산업 협력, 사이버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해, 경제·외교 장관급의 '경제판 2+2 협의체'를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인공위성망 구축을 위한 정책 조율, 日·EU 간 방위 산업 연계 사업 논의를 위한 '방위산업 대화' 신설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안보 협력의 기반이 되는 기밀정보 공유를 위해 정보보호협정(ISA) 협상을 공식 개시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공정한 자유무역 질서 수호에 대한 공감대도 확인했다.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 중국의 수출 제한 등 경제적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통상 정책에서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특히 EU는 일본이 속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국들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포함한 새로운 통상 규칙 마련에 협력할 방침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러시아 제재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으며,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러 군사 공조로 인해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 환경이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이 양측 모두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두 EU 정상에게 중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코스타 상임의장은 일본 방문 후 중국을 찾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중국 방문 전 日·EU 간 인식 조율은 외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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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일본과 EU 정상.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EU 상임의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NH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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