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군단급 포병 사격훈련 참관
연평도 포격 주도 28사단 등 동원
"해상목표를 제한된 시간 내 급습"
국정원 대북방송 중단 등에 '뒤통수'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지난 23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서해 연평도 포격 부대 등을 동원한 대남 타격 훈련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명 정부 들어 최전방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단한데 이어 국가정보원까지 나서 대북 라디오‧TV방송을 중지하는 등 유화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초강경 도발행보를 보이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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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군단급 부대의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며 리영길 총참모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5.07.24 yjlee@newspim.com |
북한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하루 전 대남 기습 타격 능력을 검열하기 위한 포사격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군 대연합부대(군단급) 포병구분대들의 사격훈련 경기를 참관했다"면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당 비서인 박정천과 국방상 노광철, 총참모장 리영길 등이 동행한 것으로 전했다.
이 훈련에서는 제4군단 28보병사단 16포병연대 3대대 2중대 병력이 우승을 거둔 것으로 중앙통신은 전했고, 김정은은 이들을 오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정전협정 체결 기념 행사에 초청했다.
군 소식통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4군단 28사단은 한강 하구~연평도 북방을 책임지역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을 주도했던 부대"라고 전했다.
또 북한이 공개한 영상으로 볼 때 85~100mm 해안포로 보인다면서 "북한 훈련이 과거 7~8월 하계훈련을 진행하던 남포 서해갑문 일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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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23일 이뤄진 북한군의 대남 기습타격 포격 훈련에서 북한군이 해안 지역에서 포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2025.07.24 yjlee@newspim.com |
북한도 이번 훈련이 서해 우리 도서지역을 기습타격하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중앙통신은 "사격명령을 받은 포병 구분대들은 우리 식의 전투교범에 정통하고 적을 일격에 응징할 수 있도록 억세게 벼려온 실력을 남김없이 발휘하여 불의에 제시된 해상목표를 제한된 시간 내에 급습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이런 도발 행보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접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초부터 이어온 대남 적대노선을 굳혀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김정은이 "가장 확실한 전쟁 억제력은 가장 철저한 주적 관점"이라고 강조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소식통은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을 앞두고 대남‧대미 위협 수위를 끌어올려 한반도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가져가겠다는 뜻도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정부 출범이후 북한의 태도와 무관하게 일방적인 유화책을 쏟아 내온 이재명 정부의 대북‧안보 라인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남북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트기에 앞서 정지작업 차원에서 대북 시그널을 보냈지만 김정은이 미동도 않겠다는 기세란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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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국가정보원이 17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정보는 국력이다'라는 문구를 새긴 원훈석을 설치해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국정원] 2025.07.17 yjlee@newspim.com |
통일부와 국정원 등 대북부처는 전방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비공식 채널 중단에 북한이 호응하고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웠지만 김정은의 이번 도발로 무색해졌다.
특히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정부가 일방통행식 유화책만 내놓는다거나 굴종적 자세를 보이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식의 비판여론이 거세질 수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의 박사는 "김정은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파국 이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극렬 비난한데 이어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극도의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 등 극단적 도발을 벌인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마치 '진보 성향 정부가 나서면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지나치게 의욕을 보이는 점을 두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문제까지 띄우고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란 얘기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조율이 중요한 상황에서 무조건 대북 유화책만 쏟아내는 건 남북관계 돌파구 모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차분하고 전략적인 안목으로 대북 협상이나 대화‧교류 방안을 짜더라도 실제 이행에 있어서는 보다 신중한 자세로 북한의 정세나 주변국과의 관계를 살피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