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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략적 유연성의 숨겨진 진실' 주한미군 역할 변화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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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전 특전사령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입장을
그동안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는 사실
오래된 미국의 정책이며 이제야 공론화
한국, 그간 의미 제대로 직시하지 않아
수동적 아닌 '능동적 국가'로 기회 창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가 최근 다시 떠오르면서,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일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편리한 논리일 수 있지만 역사와 전략, 동맹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입장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미국은 처음부터 미군 병력이 어디에 주둔하든 상관없이 자신들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는 오래된 미국의 정책이며 이제야 공론화돼 많은 국민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을 뿐이다. 한국이 그동안 그 의미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았다.

전인범 군사안보전문가(前 특전사령관)

◆미중 전면전 땐 한국 직간접 개입 불가피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전면전으로 번지면, 한국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중립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며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동맹 의무를 고려하면 한국이 무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전쟁에 휘말리는 것은 아니다. 일단 한국의 역할은 물자 지원과 정보 공유, 후방 기지 제공, 전략적 메시지 등의 형태다. 하지만 한국이 단지 동맹의 의무를 다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러한 갈등의 결과가 한국 생존에 직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자제를 촉구하는 것은 한국의 임무이며 분쟁 당사자 간에 중재자 역할도 해야 한다. 하지만 한쪽 편을 꼭 들어야 한다면 한국은 명확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의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대만사태에 직접 참전할 것이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전략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예컨대 한국에 배치된 미군 전투기들이 대만에 도달하려면 여러 차례 공중 급유가 필요하다. 미군은 한국에서 출발하기보다는 대만의 근접한 기지에 재배치된 뒤 출격할 가능성이 크며 이미 한반도를 떠난 미군은 주한미군이 아니다.

◆다만 주한미군, 한반도 안정 유지 위해 존재

한국이 기억할 것은 주한미군, 특히 한미연합군사령부는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대만사태가 일어날 경우에도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는 북한 도발과 중국의 제2전선 형성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 임무가 우선이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적극 받아들이면 미군 감축 논의에서 한국 입장이 강화되는 중요한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의도가 아니라 한국군 약화다. 한국군 훈련은 실전적이지 못하고 사기는 저하돼 있으며 기술에만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다. 첨단 무기에 대한 집착은 군의 단결력을 소홀히 하고 준비태세와 전투준비 상태의 기본적인 부족을 숨기고 있다.

군 개혁은 사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군인들에게는 존경과 경쟁력 있는 보상, 그리고 의미 있는 임무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빈 껍데기 같은 군대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 군대는 위기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방위비 분담금, '얼마' 보단 '어떻게 쓸지' 중요

또 하나의 과제는 방위비 분담금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얼마나 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대중적 비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를 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분담금은 억제력을 강화하고 작전통합을 촉진해야 한다. 예컨대 카투사(KATUSA·주한미군 한국군 지원군) 프로그램과 같은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한미군의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고 한국군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 한다. 이제는 분담 비율이 아니라 결과와 효과에 집중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에 특별한 기회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성숙하고 신뢰받는 동맹으로서 한국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핵 협상과 무기 조달, 작전계획 등 더 중요한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낡은 개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진정한 주권, 즉 자주 국방력을 키워 동맹과 협력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움직임에 놀라거나 반사적으로 반발해서는 안 된다. 그 변화의 방향을 한국에 유리하게 유도할 수 있는 전략적 안목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 역할·책임 분명히 하고 '주도권 확보'

한국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단순히 방어적인 자세로는 안 되며 한국의 이익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동맹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한 나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국제 질서가 도래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국가 안보를 정쟁의 도구가 아닌 절체절명의 책무로 인식해야 한다. 우방은 한국이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이다. 그 안에서 한국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목소리와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전략을 바라보기 전에 스스로 전략이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한국군은 실질적인 전투력과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나. 한국의 외교는 명확한 원칙과 유연성을 병행하고 있나. 한국 사회는 안보 현실을 직시할 준비가 돼 있나.

지금이야말로 냉정하고 담대한 국가전략을 세울 때다. 전략적 유연성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위상을 높이는 능동적 국가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제 묻지 말아야 할 질문 대신에 행동으로 답할 시간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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