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비상계엄 '단절' 역사적 사명
말로만 아닌 실질적인 軍·국방개혁 산적
그동안 쌓은 전문성·정치력 최대한 발휘
軍·국민 동의 속 개혁 난제 하나씩 해결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5선 중진의 안규백(64) 국방부 장관이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 취임했다. 5·16 군사정변 이후 첫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왜 임명됐는지 단 한 순간도 초심(初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취임사에서 강조했듯이 문민 국방장관의 사명과 책임,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서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문민 국방장관을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국민적 당위성은 적지 않았다. 다만 문민 국방장관을 할 만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예비역 장성을 비롯한 군(軍)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도 문민 국방장관을 임명하려고 시도했지만 거대한 군의 기득권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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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정치부 전문기자 |
◆개혁(改革)이 혁명(革命)보다 힘들다
안 장관이 취임사에서 "오늘은 대한민국 국방의 역사에서 참으로 특별한 날"이라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안 장관은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안 장관은 "그동안의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를 것이며 지난 상처를 딛고 제복의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의 이러한 역설(力說)은 그만큼 우리 군 개혁의 시급성과 당위성, 군 재정립의 막중함을 방증한다. 개혁(改革)이 혁명(革命)보다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45년 만의 12·3 불법 비상계엄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군을 개혁하고 첨단 강군으로 육성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나라 안팎으로 개혁해야 할 국방안보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첨단 강군 육성의 군 구조와 국방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순 없다. 안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방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인 만큼 속도보다는 방향에 중점을 둔 실질적 개혁을 통해 군의 구조와 체질을 근원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어제의 무기로 내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개혁 방향 제대로 짚어, 이젠 실행이 중요
이러한 안 장관의 군과 국방 개혁에 대한 방향성과 문제 인식은 제대로 짚었다. 국방안보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안 장관이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개혁을 안정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한미 간의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현안까지 한미 혈맹을 기반으로 자신감 있게 추진하길 바란다.
우리 군과 국방부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군인의 명예와 사기(士氣) 진작을 통해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재건해야 한다. 밖으로는 북한을 비롯한 외부 세력의 실존적인 위협과 무력을 압도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사력과 군사동맹, 국제적 국방협력의 연대를 단단히 구축해야 한다.
국방안보 분야의 개혁 난제들은 안 장관 혼자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국민적 동의와 군 구성원 전체의 동의를 이끌어 내면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안 장관은 취임사에서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구가 되겠다"면서 "안규백을 믿고 언제 어디서든 싸우면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일선 군인들과 국방부 구성원들의 머리와 가슴이 움직일 수 있도록 안 장관이 전문성과 정치력을 통해 실천으로 직접 보여줘야 한다.
이제 막 문민 국방장관으로 임기를 시작한 안 장관이 심호흡을 길게 하면서 현안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 나갔으면 한다. 이젠 뒤 돌아볼 시간이 없고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앞만 보고 나가야 한다. 그동안 쌓은 전문성과 정치력을 발휘해 각계 전문가들의 중지(衆智)를 모아 가면서 개혁 난제들을 실행해야 한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