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모델 지프 랭글러 투스카데로 시승기
밀리터리 색상으로 재탄생한 '핫핑크'
가격은 8190만원…평균 연비 9km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강렬한 핫핑크는 도로 위의 스타처럼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는 컬러지만, 본래는 새벽이나 황혼의 전쟁터를 누비던 위장색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한 부대가 차량을 핑크색으로 도색해 활약했다는 일화도 있다. 밀리터리를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한 지프 랭글러 모델이다.
지난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가평의 시골길을 달리며 지프 랭글러의 야생적인 감각을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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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지프 랭글러 투스카데로 외관. [사진=조수빈 기자] 2025.08.14 beans@newspim.com |
시승 차량은 랭글러 모델 중 가장 큰 루비콘 4도어 하드탑인 '투스카데로' 모델이었다. 루비콘 하드탑은 지프 랭글러 라인의 스테디셀러다. "이쯤은 타봐야 지프를 탔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차를 맞이했다.
◆이래봬도 중형 SUV…고속 주행은 좀 아쉬워
시승 일정 전까지는 사실 계속 마음이 쓰였다. '운전이 어렵다'는 악명이 높은 데다 차체 크기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야 하는 높이도 운전에 앞서 덜컥 겁을 먹게 했다.
직접 주행을 해보니 겁 먹을 필요 없었다. 지프는 이래봬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앞 범퍼가 남들보다 더욱 크게 자리잡고 있는 탓에 우락부락한 생김새를 가졌을 뿐 직접 타 보면 어느정도 귀여운 매력이 있는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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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지프 랭글러 투스카데로 내부 운전 사진. [사진=조수빈 기자] 2025.08.14 beans@newspim.com |
뉴 랭글러에 탑재된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밟으면 밟는 대로 출렁이며 앞으로 나아가고, 오르막에서도 밀리지 않고 단단히 치고 올라간다. 8단 자동변속기와 저단 기어가 주행을 든든히 보조한다.
오프로드 차량에서 부드러운 주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느낌에 처음은 놀랐다. 나중엔 '이게 지프지' 하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가속과 브레이크 반응은 생각보다 약간 느린 편이다. 힘껏 밟아도 속도가 뒤늦게 오르고, 시속 120km 이상에서는 차체 흔들림이 다소 있었다.
◆옛날 감성 그대로…아날로그와 디지털 조화
가장 먼저 적응해야 했던 건 조작 방식이었다. 중앙보다 오른쪽으로 치우친 기어봉 탓에 체구가 작은 기자는 변속 시 몸이 기우는 경우가 있었고, 방향지시등 레버가 생각보다 묵직해 헛손질할 때도 있었다. 익숙해지고 나니 작은 트럭 운전기사가 된 듯한 주행감이 느껴졌다. 똑딱 소리를 내며 묵직하게 작동하는 방향지시등 조작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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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지프 랭글러 투스카데로 스티어링휠. 아날로그한 계기판과 물리 버튼이 특징이다. [사진=조수빈 기자] 2025.08.14 beans@newspim.com |
지프는 본래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던 모델이었으나, 이번 투스카데로는 디지털 요소도 넉넉히 챙겼다. 넓어진 12.3인치 터치스크린과 곳곳의 물리 버튼이 조화를 이룬다.
4일간의 주행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차간 거리 감각이었다. 평소 앞차와 간격을 넉넉히 두는 편인데, 랭글러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넓게 띄워야 했다. 혹시 모를 추돌을 피하기 위해 거리를 두다 보니 초반에는 영동대교에서 끼어들기 맛집이 되기도 했다.
하드탑 특성상 외부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진 않지만, 랭글러에 정숙성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수석과의 대화는 무난했지만 2열과 차분히 얘기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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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지프 랭글러 투스카데로 외관. [사진=조수빈 기자] 2025.08.14 beans@newspim.com |
파워탑 모델에 적용되는 '스카이 원-터치 파워탑'은 주행 중에도 열 수 있다. 1열 헤드룸에 위치한 개폐 장치를 열면 2열까지 완전 개방이 가능하다. 안전을 위해 주행 중 개폐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속 96km에서도 가능하도록 한 점은 터프하다.
한국에 단 21대만 출시된 이 차량은 스테인리스 도어 실 가드, 전 좌석 그랩 핸들, 알루미늄 주유구 커버 등 순정 액세서리 3종을 더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연비에 대해 말이 많지만, 시승 기간 평균 9km/L 내외를 기록했다. 이 덩치에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본다. 랭글러 투스카데로 에디션은 루비콘 하드탑 단일 모델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8190만원이다.
beans@newspim.com